연속으로 읽는 미미 여사님의 소설. 이 소설엔 헌책방을 운영하는 할아버지 이와씨와 손자 미노루가 주인공으로 나오고 각각의 에피소드에는 항상 책이 등장한다. 어떤 책은 사건을 해결하는 실마리가 되어주고, 어떤 책은 사건의 일으키는 동기가 된다. 이 작품은 본격적인 미스터리 소설이라기보단 별 생각 없이 가볍게 읽을 수 있는 '헌책방 할아버지와 손자의 사건 일지' 정도가 될 것 같다.

소설을 읽다가 제2차 세계대전을 소재로 한 에피소드에서 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는 부분이 있었는데 좀 거북했다. 왜 일본은 자기네들 또한 전쟁의 피해자라 여기며 역사를 왜곡하고 날조하고 미화하려 드는지 이해할 수가 없다. 제2차 세계대전을 일으킨 주범이었던 독일은 자신들 과거의 잘못을 인정하고 사과하고 후손들에게도 제대로 된 역사를 가르치고 있지만 일본은 어떠한가. 아직도 종전기념일이면 전범을 추모하는 행사를 하는 나라다. 그네들은 과거에도 그랬고 지금도 그렇고 앞으로도 자신들의 진실한 역사는 뒷전으로 밀쳐두고 왜곡과 날조로 미화된 가짜 역사를 진짜라 믿으며 살 것이다. '거짓말도 100번 하면 진실이 된다'라는 그네들의 속담처럼 자신들의 부끄럽고 수치스런 역사도 그렇게 되길 원하는 걸까?

전에 읽었던 <가모우 저택사건>에서도 전쟁 이야기 때문에 상당히 거북했었는데 이번에 또 그런 이야기가 나와서 기분이 좋지 않다. 만약 미미 여사가 소설이 아닌 실제로도 일본은 전쟁의 피해자라는 생각을 하고 있다면 나로서는 정말 실망일 것이다.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큰 법이니까. 난 글이란건 허구일지라도 그 글을 쓰는 사람의 생각이 그대로 묻어난다고 생각하는지라 이 부분을 그냥 무시하고 넘어가기엔 굉장히 찝찝하다. 정말 찝찝하다... 찝찝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