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시 100년 꼭 읽어야 할 한국의 명시 100편이 실려 있는 시집. 우리네 말은 참으로 아름답다. 널리 알려져서 익히 알고 있는 시도 많았고 처음 접하는 시도 많았다. 여전히 시는 어려운 느낌이다. 중고등학교 국어 시간엔 시 분석하는 게 제일 쓸데없는 일이라고 생각했었는데 그 생각은 지금도 변함없다. 그냥 좋은 건 좋은 데로 두는 게 가장 좋은 거 아닐까 싶다. 백 편의 시 중에서 가장 마음에 들었던 시 한 편을 옮겨 적어본다.

설야 - 김광균

어느 먼-곳의 그리운 소식이기에
이 한밤 소리 없이 흩날리느뇨.

처마 끝에 호롱불 여위어가며
서글픈 옛 자췬 양 흰 눈이 나려

하이얀 입김 절로 가슴이 메어
마음 허공에 등불을 켜고
내 홀로 밤 깊어 뜰에 나리면

먼-곳에 여인의 옷 벗는 소리.

희미한 눈발
이는 어느 잃어진 추억의 조각이기에
싸늘한 추회追悔 이리 가쁘게 설레이느뇨.

한 줄기 빛도 향기도 없이

호올로 찬란한 의상을 하고
흰 눈은 나려 나려서 쌓여
내 슬픔 그 우에 고이 서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