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번째로 만나는 고 장영희 교수님의 에세이. 솔직하고 담백하고 깔끔한 저자의 글은 읽는 순간 눈과 머리를 거쳐 마음속으로 여과 없이 스며든다. 때로는 시원하게 톡 쏘는 사이다처럼 때론 씁쓸한 아메리카노처럼 때로는 따뜻하고 달콤한 코코아처럼 때론 구수한 숭늉처럼 스며든다. 돌아가시기 전 암 투병을 오래 하셨었는데 저자의 글 속엔 그 어떤 구김이나 아픔이 느껴지지 않았다. 오히려 희망 가득한 빛이 따사롭게 내리쬐는 기분이었다.

내가 자기계발서나 처세술 책을 싫어하는 이유는 너무 뻔한 이야기를 너무 뻔한 형식으로 늘어놓음에 전혀 공감할 수 없기 때문인데 이런 에세이에서 자연스레 묻어나는 삶의 교훈은 아무런 거부감 없이 내 것으로 받아들일 수 있어서 좋다.

나에겐 튼튼한 몸이 있다. 아침이면 출근할 수 있는 직장도 있고, 저녁이면 돌아올 수 있는 따뜻한 집도 있고, 마음만 먹으면 얼마든지 맛있는 음식을 먹을 수 있고, 좋아하는 책을 읽을 수 있고,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를 볼 수 있고, 좋아하는 가수의 공연을 볼 수도 있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에게 당연한 듯이 주어진 저런 일들이 얼마나 큰 행복인지를 이 책을 읽고 다시 생각해보게 됐다. 사소한 일에 짜증 내지 말고 불평하지 말고 내게 주어진 수많은 사소한 행복에 감사하며 살자고 다짐해본다. 잘 지켜질지는 모르겠지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