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가미 - 구병모

2011. 11. 17. 20:52



구병모 작가의 첫 소설 <위저드 베이커리>가 마음에 들었던지라 차기작 <아가미>도 사서 읽게 됐다. 전작도 그랬지만 이번에도 평범하지 않은 주인공이 등장한다. 위저브 베이커리에선 도심 속 마법사가 주인공이었는데 이번엔 양쪽 귀 옆으로 아가미가 달리고 등에는 오색찬란 빛나는 비늘을 가진 물고기 인간 '곤'이 주인공이다. 어떤 이유에서 곤이 아가미와 비늘을 가진 온전한 인간도 물고기도 아닌 존재로 살게 됐는지는 모른다. 타의에 의해 죽고자 했던 곳에서 곤은 살아났고 오갈 데 없는 곤은 그를 구해준 강하의 할아버지와 손자 강하와 함께 그 일이 있기 전까지 마치 처음부터 세상에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숨죽여 살아간다. 겉으론 온갖 모진 말과 행동으로 곤을 내몰았지만 가장 곤을 생각해준 건 강하였을 것이다. '나와 너는 틀리다.'가 아닌 '나와 너는 다르다.'의 차이를 알았던 강하는 곤이 뭍에서 만난 가장 빛나는 생명체였다. 

이것도 저것도 아닌 어중된 존재. 곤에게 유일한 위안이 되어주는 것은 물 속에서의 시간이다. 물속에 있는 모든 것들이 곤의 친구가 된다. 그를 물속에 있게 하는 아가미는 그래서 꼭 필요한 존재가 된다. 작가는 누구나 아가미를 대신할 수 있는 존재를 곁에 두고 살아야만 한다고 말했다. 나에게 있어 아가미를 대신할 수 있는 존재는 무엇일까? 곰곰이 생각해본다.

이 책도 중고로 샀는데 생각지도 못했던 작가 사인이 있는 책이 와서 놀랐다. 혹시 몰라서 인터넷에 검색까지 해봤는데 구병모 작가님 사인과 일치했다. 나라면 작가 사인을 받은 책은 팔지 않을 텐데 역시 사람은 다 다르구나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