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생애 단 한번 - 장영희

2011. 11. 16. 21:29



왜 이 분을 지금에서야 알게 됐는지 모르겠다. 이렇게나 가슴 따뜻해지고 코끝 찡해지고 입가에 살며시 미소를 짓게 하는 글을 쓰시는 분을 고인이 되신 후에야 알게 됐다는 사실이 못내 아쉽고 슬프다. 고 장영희 교수는 영문학자 고 장왕록 교수의 따님으로 어릴 때 소아마비를 앓은 이후로 줄곧 목발을 짚고 생활하셨고 2001년부터 암이 세 번이나 발병하여 2009년 고인이 되셨다고 한다.

장영희 교수님은 남들보다 불편한 몸을 가지셨지만 그 때문에 남들보다 훨씬 넓은 시야를 가진 분이 아니셨을까 싶다. 어린 시절엔 하루하루 등교하는 일조차 전쟁이었고, 상급 학교에 진학하는 일은 하늘의 별 따기 만큼 어려웠으며 교수가 되는 일도 쉽지 않았지만, 그녀는 많은 제자의 존경을 받는 교수가 되었다. 그녀가 교수가 되기까지 가장 큰 힘이 되어 준 사람은 부모님일 것이다. 세상에 내놓기에 조금 불편한 몸을 가진 자신의 딸을 위해 평생에 걸쳐 얼마나 많은 사랑을 쏟아 부으셨는지 그녀의 글만 읽어도 느껴진다. 그런 부모가 계셨기에 그녀는 행복한 사람이었을 것이다.

수필을 좋아해서 여러 작가의 수필을 읽어봤지만 이렇게 공감도가 높은 수필은 처음이지 싶다. 외국 작가의 수필은 그들과 우리의 문화가 다르다 보니 100% 공감하긴 어렵고, 국내 작가의 수필이라고 해도 허세만 가득해서 전혀 공감할 수 없는 수필이 많은데 장영희 작가님 수필은 재미도 있고, 감동도 있고, 전혀 깨닫지 못하며 살았던 것들을 다시 들여다보게 하는 힘도 있어서 좋았다. 중간마다 좋은 글귀나 강의 할 때 나왔던 학생들의 발언이나 할아버지에게 쓴 손자, 손녀들의 편지글 등이 함께 있어서 더욱 좋았다. 수필을 좋아한다면 꼭 읽어보길 추천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그녀가 번역한 책도 읽어보고 싶어졌다. 번역서도 그녀의 수필처럼 꾸미지 않은 진솔한 느낌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다음에 책 주문할 때 소설 번역서 중에 골라서 주문해야겠다. 이 책을 살 때 <살아온 기적 살아갈 기적>도 함께 샀는데 이 책은 암 투병 이야기가 마음 아플 것 같아서 읽기가 망설여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