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아직 스티븐 킹의 제대로 된 공포 소설을 접해보지 못한 독자다. 유일하게 읽었던 영화 쇼생크 탈출의 원작 <리타 헤이워드와 쇼생크 탈출>에서의 스티븐 킹은 스토리셀러로서의 매력이 더 컸으니 공포 소설 작가로서의 그를 만나는 건 이 단편집이 처음이었다. 총 567페이지, 20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앞에 서문과 뒤에 해설 부분이 가장 지루했고 소설은 재미있었다. 서문을 읽는 독자는 거의 없다고 저자의 서문에도 쓰여 있는데 서문, 해설까지 꼼꼼하게 읽는 나는 꽤 성실한 독자에 속하는 편인가보다. 물론, 간혹 이해 불가 외계어로 쓰인 해설은 스스로의 정신 건강을 위해 읽지 않고 건너뛰어 주는 융통성 정도는 발휘한다. 그 이전에 왜 해설이 본문보다 어려우며 왜 문학 작품을 분석까지 해가면서 봐야 하는 지 난 도통 이해할 수가 없지만... 내가 문학 작품을 보고, 읽고, 듣고 나서 무언가를 느꼈다면 그것만으로 충분한 것 아닐까...

20편의 단편 중에 특별히 마음에 드는 단편을 꼽아 보자면 <벼랑>과 <금연 주식회사> 두 편. 개인적으로 존재조차 확실치 않은 괴물이나 귀신 등이 나오는 시각적인 공포보단 사람이 사람을 궁지에 몰아넣고 서서히 숨통을 조이는 심리적인 공포를 좋아하는데 (피 한 방울 나오지 않는다면 대환영!) 이 두 편의 단편이 딱 그런 종류였다. 주인공의 처지에 나를 대입해 보는 것만으로도 등골이 오싹해진다. 하루키 수필집을 읽다가 <금연 주식회사>에 대한 내용이 나와서 이 책을 읽어 보게 된 건데 책 속의 금연 주식회사가 실제로 존재한다면 흡연율이 현저히 낮아질 것 같긴 하다. 하지만 내가 흡연자라면 절대 가고 싶지 않은 곳이다. 정말 가고 싶지 않아!!!

소설 속 공포의 대상은 평범한 인간일 때도 있고, 때론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기계이기도 하고, 사이코패스 일 때도 있고, 흡혈귀나 정체불명의 생명체가 되기도 한다. 단편이어서 그런 것인지 저자의 스타일이 원래 그런 것인지 모르겠지만, 공포의 대상이 한 두 가지에 머물러 있는 것이 아니라 상당히 다양한 점이 신선했고 계속 새로운 소재가 등장하니 지루하지 않고 재미있었다.

이미 수많은 소설과 영화 등으로 증명된 사실이지만 스티븐 킹은 확실히 타고난 이야기꾼이라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