몇 달 전에 <한 권으로 읽는 세종대왕실록>을 읽었었는데 이번엔 조선왕조실록이다. 519년 조선왕조의 역사를 27명의 왕을 중심으로 살펴볼 수 있는 책이었는데 내용이 내용인 만큼 읽는데 오래 걸렸다. 이런 역사서는 그 자체가 낯선 정보의 홍수라서 실려 있는 정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만도 벅찬 일이었다. 뜻 모를 단어도 많아서 온전히 이해하기도 어렵고 세종대왕실록때는 못 느꼈는데 조선왕조실록은 읽으면서 519년 파란만장한 역사에 기가 빨리는 느낌이었다.

조선 시대 왕 중 후대에 성군으로 평가 받는 건 세종, 성종, 정조가 대표적이다. 내 개인적으로 이 책을 읽으면서 조선 27대 왕을 모두 살펴본 결과 가장 위대한 왕이라고 생각되는 건 세종이었다. 정조도 세종 못지않은 성군이라 평가받던데 정조에 대해 접할 기회가 별로 없어서인지 세종만큼 와 닿지는 않는다. 조만간 정조에 대한 책을 사서 읽어봐야겠다. 지금으로선 세종대왕님을 가장 좋아하는데 책 읽고 나서 정조에게 반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다. 세종대왕님 긴장 하십시오~!! ^^

다시 세종 이야기로 돌아가서~ 위대한 지도자는 인성과 능력을 모두 갖추어야 하는 법인데 세종은 훌륭한 인성에 천재적인 능력까지 갖추었으니 성군이 될 수밖에 없었던 분이란 생각이 든다. 세계에서 가장 과학적인 문자이자 한민족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이라는 '훈민정음' 창제 하나만 놓고 보아도 세종대왕이 얼마나 위대한 인물이었는지를 알 수 있다. 세종대왕이 고기를 워낙에 좋아하셔서 태종이 세종은 상중에도 꼭 고기를 먹으라고 할 정도였으니 이 또한 얼마나 친근하고 귀여우신가! 실제로 인터넷 조선왕조실록에 고기라는 검색어로 검색을 해보면 세종대왕님이 차지하는 비율이 엄청나다. 그 덕에 온갖 병으로 고생하셨지만... 그리고 신하들 몰래 마음에 드는 후궁을 따로 불러서 당시에 귀한 과일이었던 귤 하나를 하사하셨다는 일화도 재밌다. 이런 일화만 봐도 세종은 친근감 있고 인간적이 왕이 아니었나 싶다. '신하가 고달파야 백성이 편안하다.'라는 생각을 가진 세종 밑에서 일했던 신하들은 괴로웠겠지만, 그것도 다 잘난 왕을 만난 덕분이니 누굴 탓하리오~ 무능력한데 부지런하기까지 한 상사 밑에서 고생하는 것보단 능력 있고 존경할 수 있는 상사 밑에서 고생하는게 훨씬 낫지 않은가! 어쨌든 세종대왕님은 알면 알수록 자랑스럽고 존경스러운 분이다.

위대한 왕이 있으면 무능력한 왕도 있는 법. 조선 27대 왕 중 무능력의 최고봉은 역시 선조와 인조. 뭔 놈의 왕이 적의 침략에 대한 대비는 안 하고 손 놓고 있다가 막상 적이 쳐들어오면 백성은 나 몰라라 도망가기에만 바쁘고, 인조는 자기 아들이 적의 볼모로 붙잡혔다가 몇 년 만에 돌아왔는데 반기기는커녕 독살시키기까지 했으니 이 얼마나 어리석은 왕인가... 그러고 보니 선조와 인조 시대를 배경으로 하는 소설도 한 편씩 읽었었구나. 읽으면서 속이 터졌던 이유가 있었던 거야. 몇 달 전에 본 영화 <최종병기 활>도 배경이 인조시대였고, 드라마 <추노>도 인조시대였다. 확실히 성군이 다스렸던 시대는 극적 요소가 적어서 픽션의 소재 쓰이는 일이 적고 연산군 같은 폭군이나 선조와 인조 같은 무능력한 왕이 다스렸던 시대는 픽션으로 많이 다뤄지고 있다. 역사적 사실을 픽션으로 다룰 때 항상 염려되는 것이 역사 왜곡인데 이를 잘 분별하여 받아들이는 것도 후손들이 해야 할 일 중의 하나일 것이다.

난 트위터에 글은 안 남기지만 팔로윙한 사람들이 올린 글은 매일 체크하는데 세종정조 봇이 있길래 팔로윙 했더니 그쪽에서도 맞팔해줬다. 두 분의 트윗만 읽어도 그 시대에 대해 꽤 공부가 될 듯하다. 쭉 훑어보니 두 분이서 대화한 것도 있던데 왜 이리 귀여운 것이더냐! 세종대왕님은 무려 페이스북도 하신다. 개인적으로 이런 거 귀엽고 재밌어서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