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나라에서 가장 사랑받는 외국 작가 중의 한 명인 베르나르 베르베르. 한국의 인기를 바탕으로 자국인 프랑스에서 그의 글이 재조명 됐을 정도이니 그에겐 한국이란 나라는 분명히 특별할 것이다. 꽤 오래전 일이지만 <개미>를 읽고 느꼈던 신선한 충격은 지금도 잊히지 않는다. 이런 글을 10살 때부터 10년간 120번의 개작을 거쳐서 완성했다는 작가가 상당히 궁금해져서 한동안 그의 책을 열심히 읽었었다. 이름도 외계인 같은 베르나르 베르베르는 내가 상상하지 못했던 많은 것들을 글로써 내 눈앞에 펼쳐 보여줬다. 개인적으로 내가 읽은 그의 소설 중에서 최고로 꼽는 건 <개미>와 <타나토노트>다. 초기작만큼의 작품이 나오질 않아서인지 언제부턴가 그에 대한 관심이 시들해졌었는데 여전히 상상력 풍부하고 우리나라에 대해 우호적인 그의 글은 매력적이고 읽고 나면 기분 좋다.

이번에 읽은 <아버지들의 아버지>는 대학 다닐 때 상권을 읽은 적이 있던 책인데, 내용도 기억 안 나고 해서 다시 읽게 됐다. 이 책은 우리들의 아버지들의 아버지 즉, 우리는 어디에서 왔는가?란 물음의 답을 찾아 떠나는 여행이었다. 소설은 두 개의 플롯으로 구성되어 있다. 하나는 현시대를 배경으로 인류의 빠진 고리를 찾는 이야기이고, 하나는 3백 70만 년 전 그 빠진 고리 주인공의 처절한 삶의 이야기이다. 현시대의 주인공은 사회부 신입 여기자 뤼크레스 넴로드와 기자를 관두고 자신만의 탑에 은거하고 있는 과학부의 셜록 홈스 이지도르 카첸버그다. 어느 날 고생물학 분야의 세계적인 전문가 아제미앙 교수가 인류의 빠진 고리에 대한 정체를 알고 있다는 글을 남기고 살해되는 사건이 발생한다. 뤼크레스와 이지도르는 사건의 배후를 쫓으며 빠진 고리의 정체에 점점 가까워진다. 수사 도중 여러 가지 인류 기원설이 나오는데 이 또한 흥미로웠다. 어떤 것이 옳은 것인지 인류가 멸망하는 순간까지도 알지 못하겠지만 말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지도르가 내린 빠진 고리의 정체는 현시대의 우리가 찾을 수 있는 가장 옳은 답인지도 모르겠다.

생각해보면 우주가 존재하는 것도 지구가 존재하는 것도 식물과 동물, 인간이 존재하는 것도 모두 신비로운 일이다. 우주의 차원에서 보자면 우리는 한낱 먼지 같은 존재일 텐데 이렇게 모여 아등바등 산다는 것이 우습기도 하고 한심하기도 하고 재밌기도 하고 귀엽기도 하다. 언젠가 인류가 멸망하고 나면 지구는 다시 미생물이 존재하던 시절로 돌아가는 것일까? 한낱 먼지 같은 인간인 나로서는 영원히 알 수 없는 질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