침이 고인다 - 김애란

2011. 9. 25. 12:56



김애란 작가 글은 처음 읽어보는데 읽다 보니 단편집이었다. 소설은 호흡이 긴 장편을 더 좋아하는 편이긴한데 작가의 색이 묻어나는 단편은 좋다. 단편 작가 중에는 아사다 지로를 좋아하는데 최근 글은 예전만 못해서 아쉽다. 책에는 제목이 된 <침이 고인다>를 비롯해서 모두 여덟 편의 단편이 실려 있는데 뒤편 해설에서도 나와 있듯이 '방' 이 배경과 소재로 많이 등장한다. 방은 고시원이기도 하고 4인용 독서실이기도 하고 지하 단칸방이기도 하다. 그 천차만별의 방에 사는 사람들의 지극히 개인적이며 사소한 이야기가 작가의 상상력으로 생명을 얻는다.

젊은 작가여서 그런지 요즘 젊은 세대들의 고달픈 삶을 엿볼 수 있었던 글이 많았다. 여러 단편중에서 가장 좋았던 건 <칼자국>이었다. 1,500짜리 특수 스댕 칼이 종이처럼 얇게 닳을 정도로 칼국수를 만들어 팔아 가족을 먹여 살린 어머니 이야기인데 글 속의 어머니의 모습이 좋았다. 세끼 따뜻한 밥을 챙겨주고 다 큰 자식을 자랑스러워하며 살갑지는 않지만 무뚝뚝하게 자식을 사랑하고 챙기는 어머니. 나에게도 저런 어머니가 있었다면 조금은 다르게 컸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처음 만난 김애란 작가의 글은 여성적이고 아기자기한 느낌이었다. 같이 사 둔 그녀의 첫 장편 소설 <두근두근 내 인생>은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