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의 노래 - 김훈

2011. 8. 21. 15:16



무너져 가는 나라 가야, 왕의 순장에서 도망친 시녀 아라, 악공 우륵과 제자 니문, 우륵의 여인 비화, 대장장이 야로와 아들 야적, 그리고 신라장수 이사부 이들이 얽히고설켜 이야기를 이끌어 나간다. 읽으면서도 그랬고 다 읽고 나서도 그랬고 왜 책 제목이 현의 노래인지 모르겠다. 그만큼 현의 이야기보다는 왕의 장례와 순장, 신라와 가야의 싸움이 더 주된 이야기로 느껴졌다. 이 시대 왕의 죽음에 필연적으로 따라오던 순장은 너무나 끔찍했다. 아무리 최고 권력자인 왕이 죽었다지만 사람을 산 채로 묻는 건 너무 불합리하다. 순장제도는 신라 지증왕 때 폐지되었다고 하는데 다행이다 싶다.

작가의 간결하고 건조하고 사실적인 문체는 여전했고 죽음에 관조적인 모습도 여전했다. 어찌나 사실적으로 묘사를 하는지 읽는 순간 바로 보여지고 느껴지는 느낌이 들었다. 작가의 이야기를 풀어 나가는 자세가 관조적이다 보니 감정이 억눌린 느낌이 들어서 읽으면서 종종 답답했다. 한 발짝 멀리서 지켜보는 느낌이라 더 아프고 먹먹 하기는 하지만 크게 웃지도 울지도 화내지도 즐거워 하지도 않으니 그 담아 놓기만 한 감정이 때로는 한없이 답답했다. 큰 장점이기도 하지만 큰 단점이기도 한 것 같다. 이 책보다는 전작인 <칼의 노래>가 훨씬 나은 것 같다. 전보다 문체는 더 화려해졌지만, 내용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가야의 현 가야금 이야기를 좀 더 비중 있게 다뤄줬으면 좋았을 텐데 그렇지 못해 아쉽다.

<현의 노래>에서 현의 노래가 들리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