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철표를 잃어버리지 않기 위한 그의 눈물겨운 노력을 읽으며 혼자 낄낄거리며 웃었다. 나는 물건을 잘 잃어버리지 않는 타입이라서 매번 전철표를 잃어버린다는 하루키가 오히려 신기했다. 내 방엔 머리끈과 실핀이 사라지는 블랙홀이 있는 것처럼 그에겐 전철표를 빨아들이는 블랙홀이라도 있는 것일까? 하루키의 수필을 읽을 때마다 그와 나의 공통점과 다른 점 찾기 놀이를 하는데 이번에 발견한 가장 큰 공통점은 편식에 대한 이야기였다. 나는 기본적으로 못 먹는 음식은 없지만 (혐오 음식을 제외한 일반적인 음식에 한해) 잘 안 먹는 음식이 많다. 생선과 채소, 과일을 좋아하고 굴을 제외한 조개류는 별로다. 특히 기름기 많은 중국 음식은 이젠 먹으면 소화도 잘 안 될 정도라서 현재 기피 음식 상위권을 차지하고 있다. 밥으로 먹는 음식이 느끼하거나 달거나 이도 저도 아닌 어정쩡한 맛인 것도 싫다. 내게 빵은 절대 밥이 될 수 없으며 얼큰하고 담백하고 깔끔한 음식이 좋은지라 우리 한식이 입에 제일 잘 맞는다. 그리고 편식 이야기에 우리나라에서 개를 먹는 이야기도 잠깐 나오는데 하루키는 개를 먹는 행위를 덮어 놓고 욕하는 입장은 아닌 것 같다. 개고기는 서로의 문화와 개념이 다르다는 게 얼마나 큰 차이이고 극복하기 어려운 일인지를 보여주는 단적인 예라는 생각이 든다. 각설하고, 진지하게 읽다가 마지막에 '…전부 거짓말입니다. 죄송.' 이라는 한 마디로 나를 웃게 하는 그의 수필이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