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좋아하는 일을 하기 위해 가족도 친구도 모두 버리고 가진 것도 없이 낯선 장소, 낯선 사람들 곁에서 평생 홀로 살아가야 한다면 난 과연 그 일을 끝까지 좋아할 수 있을까? 이 책을 읽고 자신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봤다. 확실히 답할 수 있는 건 끝까지 좋아하기는 어려울 거라는 거다. 나는 좋아하는 일 하나를 위해 모든 것들 내던질만한 용기도 배짱도 없고 나약한 인간인지라 중간에 포기할 가능성이 크다. 그래서 김영갑 사진 작가님이 존경스럽기도 하고 한편으론 너무 바보스러워서 안쓰럽기도 했다. 오로지 제주도의 풍경 사진 하나만을 위해 살아온 그의 인생. 제대로 끼니도 챙기지 못하고, 좋은 곳에서 잠도 못 자고 그렇게 지낸 세월 때문에 결국 그는 루게릭병에 걸린다. 삶 전부나 마찬가지인 사진을 찍을 수 없게 된 그는 아픈 몸을 이끌고 폐교를 수리해서 갤러리를 만든다. 사진을 찍을 수는 없지만, 그동안 찍었던 사진을 전시하기로 한 것이다. 완성된 갤러리의 이름은 '김영갑 갤러리 두모악' 지금은 김영갑 작가님은 만날 수 없지만, 제주도의 풍경을 담은 그의 사진들이 여전히 갤러리에서 손님들을 기다리고 있다. 나중에라도 제주도에 가게 되면 꼭 들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