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에이로부터 - 박지영

2011. 6. 27. 21:19



몇 년 전에 봤던 애니메이션의 배경이 비에이였는데 애니로 보면서도 아름답다고 느낄 정도여서 가 보고 싶은 여행지에 추가해둔 곳이었다. 후라노는 <바람의 가든>이라는 드라마 때문에 알게 된 곳이고, 비에이와 후라노가 인접해 있다는 건 인터넷에서 여행 상품 보다가 알게 됐다. 이 책은 얼마 전 소심님 블로그 갔다가 리뷰가 올라온 걸 보고 바로 검색에 돌입! 사진이나 책 분위기가 마음에 들어서 주문해서 바로 읽었다. 깔끔한 표지나 사진도 좋았고 허세 없는 글도 마음에 들었다. 비에이나 홋카이도 아름다운 경치를 찍은 사진도 물론 좋았지만 가장 좋았던 건 카페 소개 부분!!! 아기자기한 예쁜 카페와 깔끔하고 맛있어 보이는 음식 사진들은 보고만 있어도 행복했다. 실제로 먹어 볼 수 있다면 더 좋겠지만 ㅠ.ㅠ 예쁜 시골 마을에 작은 카페를 차리고 손수 가꾼 재료들로 맛있는 요리를 만들어 팔면서 사는 소박한 삶이 부럽다. 당사자들에겐 나름 고충이 있겠지만 제삼자인 내 시선으로 보기엔 마냥 행복하고 평화로워 보여서 부럽기만 했다.

며칠 잠시 들르는 여행이 아니라 두 달 동안 비에이 세컨드 홈에 둥지를 틀고 기분 내킬 때마다 가고 싶은 곳으로 차를 몰아 떠나는 여유로운 여행이라는 점이 가장 부러웠다. 학생 때는 금전적인 여유가 없어서 여행을 못 가고 사회에 나오면 시간이 없어서 여행을 못 간다는 진리와도 같은 말이 있듯이 사회생활 시작하고부터는 여유로운 여행을 할 수 없음이 항상 아쉽기만 하다. 휴가가 짧다 보니 여행지 선택의 폭도 좁기만 하고 그마저도 여유 없이 돌아다니다 와야 하니 여행의 끝은 언제나 아쉽다. 여유로운 여행? 그냥 확~ 저지르면 못 할 것도 없지만 별다른 능력도 없고 소심하기까지 한 나로서는 불가능한 일일 뿐이다. 책 다 읽고 작가의 블로그도 구경 해봤는데 오두막으로 찍은 사진과 동영상에 감탄만 하다 나왔다.

이런 여행 서적은 다 좋은데 단 한 가지 부작용이 있다. 읽는 동안 머리부터 발끝까지 바람이 솔솔 들어서 다 읽고 나면 내 안에 가득 차버린 바람과 함께 살랑거리며 어디론가 떠나고 싶어진다는 거…. 지금 내 안에 가득 차 있는 비에이로부터 불어온 바람을 모두 빼내려면 조금은 시간이 걸릴 듯하다. 그때까지 어디 날아가지 않도록 발이라도 묶어둬야 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