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보기 전에 원작 소설을 먼저 읽고 싶어서 샀다. (표지도 한몫했음) 책을 받고 가장 먼저 든 생각은 '무겁다.' 500페이지가 조금 넘는 두께인데 이건 무슨 전공 서적과 맞먹는 무게가 나간다. 질이 떨어지는 종이가 무게가 많이 나간다던데 이 책도 그런 건가 싶고, 뒷부분에 가면 인쇄가 흐리게 되어 있는 부분도 있어서 좀 그랬다.

큰 이야기의 틀은 작가가 밝혔듯이 케네디 암살 사건과 비슷하다. 현직 총리 암살을 위해 철저히 짜인 극본이 만들어지고, 그 극본에 따라 순박하고 무고한 '아오야기 마사하루'는 하루아침에 총리 암살범으로 등극하게 된다. 그가 총리 암살범이 된 건 하루아침이었지만 그를 총리 암살범으로 만들기 위한 작업은 이미 오래전부터 시작되었고 생각보다 더 치밀한 계획이었다. 무고한 시민을 하루아침에 총리 암살범으로 만들고, 목숨을 걸고 도망치는 그를 시시각각 압박해오는 알 수 없는 거대 조직의 힘. 안 그래도 떠들기 좋아하는 매스컴은 벌떼처럼 달려들어 '아오야기'와 그의 주변인들 정보까지 도마 위에 올려 놓고 신나게 요리하여 시청자들에게 내보낸다. 나는 잘난 것도 없고, 변변한 직장 하나 없는 평범하기 그지없는 '아오야기'가 위험한 순간을 넘길 때마다 그를 응원하며 끝까지 잡히지 않기를 바랐다. 결말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독자들도 있는데 나는 결말이 마음에 든다. 

정말이지 '아오야기 마사하루'는 참 잘했다.

이 책의 무대는 일본의 "센다이"라는 도시인데, 이 도시에는 범죄 예방 및 시민의 안전을 지킨다는 명목하에 <시큐리트 포드>라는 이름의 감시장치가 설치되어 있다. 이 빨간 눈의 감시장치는 24시간 시민을 촬영하고 도청한다. 문제는 이 장치에 모여진 무특정 다수 정보가 올바로 쓰이느냐다. 얼마든지 마음만 먹으면 타인의 정보를 빼내어 수정하고, 왜곡하고, 삭제할 수 있지 않을까…. 먼 미래에 이런 장치가 내가 사는 도시에 설치될지도 모르는 일인데, 상상만 해도 무섭다. 근데, 다음 주에 영화관 가서 영화 볼 때까지 받아 놓은 영상을 안보고 잘 버틸 수 있을지 모르겠다. 이끼 아저씨 연기가 궁금하다고!!! (그냥 봐 버리고 또 볼까 갈등중)

이사카 코타로의 책은 처음 읽어봤는데 기대 이상이어서 기회가 되면 다른 책들도 읽어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