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1월 독후감

2019. 2. 6. 16:45



01. 일본산고 / 박경리 / 마로니에북스

박경리 선생님이 생전에 쓰신 일본에 관한 글을 모은 책이다. 1부에선 신국의 허상에 사로잡힌 일본의 모습을, 2부에선 일본 문학에 대한 통찰력 있는 비판을, 3부에선 다나카 아키라의 글에 대한 반론을 만날 수 있다. 한때 일본 연예인에 빠져 일본 문화를 다방면으로 접했었는데 깊이 파고들수록 더 싫어지는 이상한 나라였다. 일본 문화 속엔 한국인인 나의 정서에 반하는 무언가가 있었다. 그때의 내가 왜 그런 느낌을 받았었는지, 왜 일본이란 나라는 알면 알수록 싫어지는지 그 근본적인 원인을 이 책 속에서 찾았다. 피와 칼로 세운 허상의 나라, 그것이 지금 일본이다. 역사를 부정하는 일본에게 미래는 없다.


02. 망원동 브라더스 / 김호연 / 나무옆의자 / E
주인공은 서른다섯의 만화가로 현재는 백수다. 한여름, 그가 사는 서울 망원동의 8평짜리 옥탑방에 40대 기러기 아빠 김 부장, 20대 고시생 삼척동자, 50대 이혼남 싸부까지 함께 지내게 되면서 이야기가 시작된다. 등장인물에서 냄새를 맡고 읽는 걸 때려치웠어야 했는데 그러질 못했다. 별 볼 일 없는 인간들의 별 볼 일 없이 사는 이야기로 끝났으면 그나마 나았을 텐데, 작가의 여성관이 드러나는 장면 때문에 별로인 책이 됐다. 이래서 한국 남자 작가의 글은 읽기가 꺼려진다. 뭐 자랑이라고 작품마다 거지 같은 여성관을 뽐내는지 이해할 수 없는 노릇이다. 가만히 있으면 중간이라도 갈 텐데.


03. 환생동물학교 1~3 세트 / 엘렌 심 / 북폴리오
환생동물학교 AH27 반, 이곳에 모인 동물들은 사람으로 환생하기 위해 동물로서의 본능을 버리고 인간 세계에 적응할 수 있도록 교육받는다. 인간으로 환생하기 위해선 싫든 좋든 전생의 기억과 이별해야 한다. 꼬리가 사라지면 환생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다. AH27 반에 모인 여덟 명의 친구와 (아키, 쯔양이, 카마라, 머루, 판, 블랭키, 맷, 비스콧) 신입 선생님과의 때론 귀엽고 때론 슬프고 어디까지나 사랑스러운 이야기. 주인공들도 귀여웠지만 병아리 모습을 한 peep들이 너무 귀여웠다. 저리 봬도 peep들은 윤회가 끝난 존재였으니! 귀여운 모습을 하고 있지만 대단한 분들이었다. 나도 peep가 되고 싶다. 개인적인 취향으론 '고양이 낸시' 쪽이 더 좋았지만 읽고 있으면 마음이 뭉클거리는 건 이 책도 마찬가지였다. 양장에 권수가 많아서 가격이 좀 있으니 미리 읽어보고 소장하는 편이 좋을 듯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