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년 10월 독후감

2019. 2. 4. 20:12



01.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 / 아고타 크리스토프 / 까치 / E

제2차 세계 대전이 발발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시점의 헝가리를 배경으로 알파벳 철자 순서만 다른 쌍둥이 형제 루카스(Lucas)와 클라우스(Claus)의 처절한 삶을 조명한 소설이다. 전쟁 자체보단 전쟁이 인간에게 미치는 영향을 쌍둥이 형제를 통해 이야기한다. 처음엔 3부작으로 나누어 출간되었으나 절판 이후 새로 출간하면서 한 권으로 합쳤다.

1부 「비밀 노트」 에선 쌍둥이 형제의 엄마가 전쟁 때문에 먹을 것을 구하기 어려워지자 형제를 다른 나라 국경과 인접한 시골에 사는 할머니 집에 맡기게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가 주 내용이다. 할머니는 인자함과는 거리가 먼 사람으로 형제는 이때부터 극한 상황에 대비하는 훈련을 시작한다. 한 몸처럼 서로에게 떨어지지 않고 붙어 지내던 형제는 1부 마지막 즈음, 클라우스가 아버지와 함께 목숨을 걸고 국경을 넘어 다른 나라로 떠남으로써 처음으로 떨어져 살게 된다.

2부 「타인의 증거」 는 홀로 남겨진 루카스의 이야기로 시작된다. 한 번도 떨어져 지낸 적이 없는 그들이었기에 루카스는 심한 무기력에 빠진다. 조금씩 기운을 차린 루카스는 클라우스가 돌아오면 보여주려고 그와 함께 쓰던 비밀 노트에 자신의 이야기를 새롭게 써 내려간다. 아무 사전 정보 없이 소설을 읽은 나조차도 2부에서 뭔가 이상함을 느낀다. 의심의 시작은 마을 사람들이 클라우스에 대해 전혀 기억하지 못하는 부분을 읽었을 때였다. 클라우스란 사람은 처음부터 없었으며 루카스가 상상으로 만들어낸 또 다른 자신이 아닐까? 이런 의심을 하는 사이 이번엔 루카스가 마을에서 사라지고 클라우스가 마을에 다시 나타난다.

3부 「50년간의 고독」 에선 쌍둥이 형제의 진실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다. 읽고 나면 왜 이 소설의 제목이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인지 깨닫게 된다. 하지만 어떤 부분이 거짓말인지는 모호하다. 1부와 2부? 아니면 진실을 밝히는 3부? 애초에 소설 자체가 허구이니 세 가지 이야기 모두인지도 모른다. 선택은 글을 읽는 독자, 각자의 생각에 달렸다.

헝가리 출신 작가 아고타 크리스토프의 '존재의 세 가지 거짓말'은 세계적인 명사들에게 온갖 찬사를 받은 작품으로 다 읽고 나니 찬사의 이유를 어렴풋이 알 것도 같다. 문학에 대한 지식이 부족한 관계로 자세한 후기는 못 쓰겠지만, 1부에서의 강렬한 날것의 느낌이 제일 기억에 남는 작품이었다. 보기 싫지만 계속 보게 되는 길티 플레져 같은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