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3월 독후감

2017. 6. 6. 20:35


01. 키다리 아저씨.e - 진 웹스터

고아원에서 자란 '제류사 애벗'은 어느 후견인에게 글솜씨를 인정받아 대학 진학을 후원받게 된다. 대학에 들어간 그녀는 고아원 원장이 아무렇게나 지어준 '제류샤 애벗'이란 이름 대신 '주디'라는 이름으로 후견인인 '키다리 아저씨'에게 감사의 편지를 쓰기 시작한다. 고전 중의 고전으로 너무나 유명한 이 책은 주디가 키다리 아저씨에게 보내는 편지로만 이루어진 서간 소설이다. 대학 생활 초기 주디는 다른 학생들과의 차이를 좁혀가느라 고생하지만 타고난 씩씩함과 영리함으로 금세 친구들과도 녹아든다. 고아원이라는 엄격한 공간에서 제한된 생활을 하던 주디가 자유롭고 넓은 세계에서 만나는 대부분엔 '처음'이란 단어가 붙는다. 주디의 설렘과 호기심 가득한 처음들을 지켜보는 것은 괜스레 나까지 신나고 즐거워지는 일이었다. 주디가 당당하고 주체적인 여성으로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어서 행복했던 책이었다.


02. 인 어 다크, 다크 우드.e - 루스 웨어
주인공 '노라'는 10년 전 연락이 끊긴 친구 '클레어'의 싱글 파티에 참석하게 된다. 하지만 노라는 곧 온몸이 상처투성이가 된 채 병원에서 눈을 뜨게 되는데···. 그들의 싱글 파티에선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소설은 처음부터 결말을 보여주고 거꾸로 되짚어가는 방식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리즈 위더스푼이 영화로 만드는 소설, 새로운 스릴러의 여왕 등 포장은 그럴싸한데 그저 그런 소설이었다. 특별히 흡입력이 있는 것도 아니고 스토리가 독특한 것도 아니고 묘사가 뛰어난 것도 아니었다. 그렇다고 최악까지는 아니었으니 그저 그런이란 단어가 딱이다.


03. 빨강머리 앤.e - 루시 M. 몽고메리
키다리 아저씨를 읽었으니 빨강 머리 앤도 읽어줘야죠. 오해로 인해 남자아이를 원했던 초록 지붕 집에 입양된 '앤 셜리'. 하얗고 작은 얼굴에 커다란 이목구비 그리고 강렬한 빨강 머리를 가진 앤은 자신의 빨강 머리를 너무나 싫어한다. 나로선 묘사만 읽어도 개성 있게 예쁜 얼굴일 것 같은데 남들과 다른 걸 쉽게 받아들이지 못하는 어린아이에겐 콤플렉스일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든다. 키다리 아저씨의 주디도 꽤 발랄하고 호기심 넘치는 아이였는데 빨강 머리 앤은 주디보다 한층 더 업그레이드된 아이였다. 세상만사 긍정적이고 호기심 넘치는 앤은 하고 싶은 것도 많고 말도 많다. 아이의 말을 끊지 않고 들어주며 호응해주는 것만큼 자존감 형성에 중요한 것이 없는데 매슈 아저씨가 그 역할을 하고 마릴라가 천방지축으로 구는 앤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을 한다. 남매의 상반된 성격이 (묵묵하고 우직한 오빠와 엄격하고 꼼꼼한 여동생) 아이를 키우는 데엔 오히려 도움이 된 것 같다. 비록 글로 읽고 상상으로만 만날 수 있었지만 에이번리 마을의 사시사철 아름다운 풍경도 좋았고, 사랑스러운 앤이 성장해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 또한 즐거웠다. 앤의 수다는 글로만 읽어도 시끄러웠지만.


04. 가시 뽑힌 장미.e - 채은
재벌 2세 남주와 그 남주의 회사 직원으로 일하는 여주의 유쾌한 사랑 이야기. 질척이거나 구질 거리지 않고 밝은 이야기라서 좋았다. 솔직히 로맨스 소설은 후기를 뭐라고 써야 할지 난감하다. 재밌었을 경우엔 재밌다, 주인공들 귀엽네, 나도 연애하고 싶다 정도로 끝나고 아닌 경우엔 저런 반응마저 안 나오니 그럴싸한 후기를 쓸 재주가 없다. 가끔가다 내 심장을 뚫어버릴 것 같은 대박 취향 저격 글을 만날 때도 있지만, 최근엔 그마저도 없다. 로맨스 소설은 어디까지나 기분전환용으로 읽는지라 큰 의미를 두지 않아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05. 얼음 속의 소녀들.e - 톰 롭 스미스
전에 재밌게 읽은 '차일드 44' 작가의 새로운 소설이라기에 빌려 읽었다. 주인공 다니엘은 어느 날 런던을 떠나 스웨덴 작은 시골 농장으로 이주한 아버지의 전화를 받게 된다. 전화의 내용인즉슨 어머니가 망상에 빠져 제정신이 아닌 상태로 집을 나갔다는 것이다. 아버지의 전화를 받고 혼란에 빠진 다니엘에게 이번엔 어머니의 전화가 걸려온다. 자신은 미치지 않았고 오히려 아버지가 죄를 감추려 꾸민 음모라며 아버지야말로 범죄자라고 주장 한다. 이건 업그레이드 버전 '엄마가 좋아? 아빠가 좋아?' 테스트도 아닐진대 도대체 누구의 말이 진실이며, 다니엘은 누구의 편에 서야 하는 걸까? 그 답 없는 여정에 함께 하실 분들은 책을 읽어보셔도 좋을 듯싶다. 굳게 믿고 있던 가족의 뿌리가 흔들릴 때 우리가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에 대해 생각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06. 애프터 유.e - 조조 모예스

'미 비포 유'에서 멈췄어야 했는데 망할 호기심 덕분에 이 책을 읽어버렸다. 기억에서 지우고 싶은 책이다.


07. 나는 가해자의 엄마입니다.e - 수 클리볼드
1999년 4월 미국 컬럼바인 고등학교에서 무차별 총격으로 13명이 죽고 24명이 다치는 사건이 발생한다. 범인은 같은 학교에 재학 중이었던 18세, 17세 남학생 두 명으로 실탄 900여 발을 난사 후 스스로 목숨을 끊는다. 이 책은 가해자 중의 한 명인 딜런 클리볼드의 어머니 수 클리볼드가 썼다. 피해자 유족이 쓴 수기는 봤어도 가해자 유족이 쓴 수기는 보는 것도 처음이고 읽는 것도 처음이어서 조금은 이상한 기분이었다. 애지중지 곱게 키운 내 아이가 어느 날 갑자기 여러 사람을 죽이고 상처 입힌 것도 모자라 스스로 목숨까지 끊었다. 평소 문제아였거나 사건을 일으킬만한 전조가 있었다면 좀 더 쉽게 받아들일 수 있었을지 모르겠지만 그런 것도 없었다. 게다가 아이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이 최악의 상황에서 남은 가족, 특히 부모는 어떻게 대처해야 하며, 남은 생을 어떻게 살아 나가야 할까. 수 클리볼드는 수기 내내 이 두 가지를 자문하지만, 답은 없었다. 답이 있을 수가 없다. 수많은 생각이 드는 책이었는데 가해자 가족도 보는 시각에 따라선 또 다른 피해자일지 모른단 생각이 제일 강하게 들었다.


08. 대통령의 글쓰기.e - 강원국

청와대 연설비서관으로 일했던 저자가 8년 동안 두 대통령을 모시며 직접 보고 듣고 배운 말과 글에 대한 책이다. 딱딱한 글쓰기 비법 책이 아닌 두 대통령과의 에피소드 속에 글쓰기 비법이 자연스레 녹아있어 글쓰기가 좀 더 친근하게 다가온다. 국가의 최고 권력자인 대통령의 글쓰기는 일반인의 글쓰기와는 다른 부분이 많다. 하지만 간결하고 쉽게 써야 한다는 글쓰기 기본 법칙은 모든 글쓰기에 똑같이 적용된다. 그것을 지키기가 가장 어렵다는 것 또한 같다. 글쓰기도 그렇고 세상 모든 일엔 기본이 중요하다. 기본만 잘 지켜도 중간은 될 텐데 기본을 지키는 일만큼 어려운 일도 없다. 김대중, 노무현 대통령을 좋아하고 두 대통령의 글을 접하고 싶은 분들에겐 읽어봐도 좋을 책이다. 하지만 본격적인 글쓰기 비법 책은 아니므로 전문적인 글쓰기 비법을 원한다면 피해야 할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