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에 들렀을 때 우연히 발견한 책이다. 제목도 독특한데 표지도 뭔가 덕후의 향기가 나고 이건 대체 무슨 책일까 싶어 검색해보니 '라이트 노벨'이었다. 말로만 듣던 라노벨이 이거구나!!! 고서점 배경에 추리 요소까지 있다니!!! 고서적에 대한 책을 중고서점에서 만나다니!!! 이것은 운명, 취향 저격을 외치며 1권을 사 왔는데 읽어보니 재밌어서 지금까지 출간된 6권까지 모두 사들여 읽게 됐다.

3대째 대를 이어 운영 중인 카마쿠라 비블리아 고서점의 현재 주인은 '시오카와 시오리코'. 아직 고등학생인 여동생과 함께 생활하면서 고서점을 운영하고 있다. 그녀는 평소엔 낯가림이 심하지만, 책에 관한 일에서만큼은 물불을 가리지 않는 적극적인 성격으로 돌변해서 주변인들을 놀라게 한다. 이야기 속 여주인공들이 항상 그렇듯 시오리코도 미녀다.

또 한 명의 주인공 '고우라 다이스케'는 어릴 적 트라우마 때문에 책을 오래 읽지 못하는 체질이다. 일종의 난독증이다. 그런 그가 비블리아 고서당에서 시오리코와 함께 일도 하고 사랑도 하게 되는데 이 녀석은 잊을만하면 가슴 타령을 해서 마냥 예뻐할 수 없는 캐릭터였다. 물론, 작가가 책을 팔기 위해 넣은 요소 (여리여리 몸은 말랐는데 가슴만 풍만한 여주인공)에 충실할 뿐이지만 어쨌든 이 녀석이 시오리코를 훔쳐보면서 가슴 타령을 할 때마다 한 대씩 때려주고 싶었다. 

이 소설 최고의 매력은 책에 얽혀있는 수수께끼를 푸는 데 있다. 각 챕터마다 한 권의 책이 있고 그에 얽힌 수수께끼를 시오리코와 다이스케 콤비가 풀어나가는 방식이다. 물론, 머리를 쓰는 건 시오리코 쪽이고 다이스케는 경호원 겸 조수 역할이다. 조사를 하다 보면 목숨이 왔다 갔다 할 정도로 위험한 때도 있고, 가슴 아픈 사연이 밝혀질 때도 있고 책마다 제각각 다른 사연이 있어서 지루할 틈이 없다. 6권에 실린 작가의 말에 의하면 7권이나 8권에서 이야기가 마무리될 모양인데 지금까지의 내용을 봐선 마무리도 깔끔할 것 같다. 라노벨도 처음이고, 작가의 글도 처음이지만 왠지 믿음이 간다.

어느 한 가지에 깊게 빠져서 그것에 관한 한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경지에 다다른 사람들을 만날때가 있다. 소설의 주인공 시오리코도 그런 부류의 사람이다. 인간관계나 다른 모든 면에선 허술하기 짝이 없는데 고서적에 관해서 만큼은 누구보다 해박한 지식을 가지고 있고, 욕심도 있고, 목숨까지 불사할 용기도 있다. 좋아하는 무언가에 그렇게 깊이 빠져들 수 있고, 평생 직업으로 삼을 수 있다는 것이 마냥 부럽다.

이건 오래된 책 몇 권에 대한 이야기다. 오래된 책과 그것을 둘러싼 사람들의 이야기다. 여러 사람의 손을 거친 오래된 책에는 내용뿐 아니라 책 자체에도 이야기가 존재한다. 나도 어떤 이에게 들은 이야기지만, 맞는 말이라 생각한다. 단, 하나 덧붙이자면 그 '이야기'가 반드시 아름다우리라는 법은 없다. 고개를 돌리고 싶어지는 추한 내용도 있을지 모른다. 세상에 존재하는 모든 것들이 그렇듯. - 1권 P.13

"지어낸 이야기 안에만 담을 수 있는 마음도 있는 거예요. 만일 세상 모든 게 현실이라면, 이야기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우리 인생은 너무 쓸쓸할 거예요. 현실을 풍요롭게 만들기 위해 우리는 이야기를 읽는 거예요. 분명 신야 군 아버님도 그러셨을 테고요." - 5권 P.19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