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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5. 11. 20. 22:28

지저분한 집을 치우고 보송보송하게 빨래를 한다. 일주일에 한 번 비누 거품을 잔뜩 묻힌 때수건으로 깨끗하게 몸을 씻고 치덕치덕 바디로션을 바르고 편한 옷을 입는다. 기분 좋은 날엔 욕실도 반짝반짝 청소한다. 집을 치우고 몸을 씻고 TV 앞에 편히 앉아 먹는 밥이나 간식은 그 어느때 보다 맛있다. 깨끗함에 집착하지는 않지만 내 것은 깨끗한 것이 좋다. 머지않아 온전한 내 집이 생긴다면 매일 쓸고 닦고 정리하느라 시간을 보내지 않을까 싶다.

지난 장날 좌판에서 사 온 니트들. 주말과 장날이 겹치는 날이 드물어서 거의 두 달 만에 한 시장 쇼핑이었다. 흰색 니트가 질도 제일 좋고 예쁜데 길이가 짧다. 윗옷은 긴 걸 좋아하는데 바지와 입기엔 짧으니 치마에 입거나 원피스 위에 겹쳐 입어야겠다. 안에 받쳐입을 도톰한 티도 두 개 사 왔고 집에서 입을 맨투맨 티 하나, 따듯한 기모 티 하나에 조카들 옷 세 개까지 총 12벌을 샀는데 단돈 3만 원. 역시 가격대비 만족도가 제일 높은 건 시장 쇼핑이다. 다음에 또 가야지.

며칠 전부터 tvN에서 하는 <비밀독서단>을 몰아서 보고 있는데 재밌고 유익하고 흥미롭다. 무엇보다 좋은 건 새로운 책을 알게 되는 것이다. 내 취향이 아닌 책도 있지만 '저런 책도 있구나. 꼭 읽어봐야지.' 라는 생각이 드는 책도 있다. 이미 읽은 책에 대해서 패널들이 토론할 땐 같이 공감하기도 하고, 사놓고 전시만 해둔 책이 나오면 나도 어서 읽어야겠단 생각을 한다. 도서정가제로 전보단 값이 올랐지만 그래도 여전히 독서는 가장 저렴한 금액으로 쉽게 즐길 수 있는 문화생활이다. 

<마션>은 지난 일요일에 다 읽었다. 생각보다 분량이 많아서 읽는 데 시간이 걸렸는데 우리의 긍정왕 맥가이버 와트니 덕에 즐거운 독서시간이었다. 단 한 명의 화성 탐사 대원을 구조하기 위해 전 세계가 한마음으로 움직이는 모습은 시대와 배경만 다를 뿐 어릴 적 읽은 동화를 떠오르게 했다. 현실이 각박해질수록 '옛날 옛적에'로 시작해서 '행복하게 살았습니다'로 끝나는 단순한 이야기가 주는 편안함과 따스함이 소중해진다.

영드 <런던 스파이> 보다 집이 마음에 들어서 캡처해봤다. 전체적으로 화이트톤이어서 공간도 더 넓어 보이고 문턱이 없는 것도 마음에 들고 가구도 깔끔하고 예쁘다. 저런 예쁜 집에서 신발을 신고 돌아다닌다는 게 미친 듯이 마음에 안 들긴 하지만 말이다. 다른 건 환경과 문화의 차이로 이해할 수 있지만, 집안에서 신발을 신고 돌아다니는 건 정말 이해가 안 된다. 바닥 난방을 하지 않는 탓이 크겠지만 저런 마룻바닥이 아니라 카펫을 까는 집도 많은데 얼마나 더러울지 상상하는 것조차 싫다. 1화에선 영화 <킹스맨>에서 에그시와 사사건건 대립하던 찰리역의 배우가 벤 휘쇼와 함께 나오는데 예상보다 훨씬 매력적이었다. 드라마 속 벤 휘쇼를 자세히 관찰하다가 깨달은 건데 체구가 작아서 그렇지 키는 그렇게 작지 않더라. 선이 가늘고 얇은 데다가 대부분의 상대 배우가 크고 몸이 좋다 보니 더 작아 보이는 효과가 있는 듯 ㅠㅠ 영드의 우울한 분위기를 좋아해서 분위기는 마음에 드는데 어떤 드라마인지는 아직 잘 모르겠다. 몇 편 더 보고 나면 알게 되겠지.

피어싱 처음 살 땐 '와~ 와~ 피어싱이다♬' 이런 기분으로 예뻐 보이는 건 무작정 사다 보니 실패 확률이 높았다. 몇 번 실패하다 보니 지금은 고르는 요령이 생겼는데 장식은 단순하고 너무 두껍거나 크기가 크지 않은 것으로, 귓불이 얇으니 바 길이는 짧은 것으로, 이 두 가지만 지켜도 성공할 확률이 높아진다. 이번에 산 것들은 모두 성공. 물방울 모양은 실물이 더 예뻐서 다음엔 다른 색으로 사고 싶고, 3mm 기본 피어싱은 색상이 스무 가지라서 새로운 색으로 재구매 했고, 왼쪽 실버와 골드는 귀걸이다. 모델이 하고 있는 걸 보고 예뻐서 계속 찾았는데 없어서 봤더니 귀걸이 메뉴에 있어서 샀다. 부작용이 걱정되지만, 귀걸이는 가끔 외출할 때만 하니까 괜찮지 않을까 싶다. 귀에 구멍은 세 개인데 피어싱이 넘쳐나고 있다.

세상 모든 관계는 주고받는 것을 기본으로 이뤄진다. 한쪽으로 치우치는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도 없고 언젠가는 썩어 도려내야만 한다. 타고난 성향이 '내가 좋아하는 사람에겐 아낌없이 주는 나무'인데 나이 들수록 회의감이 들어서 이젠 무조건적으로 퍼주진 않는다. 어떤 사랑이라도 서로에 대한 사랑의 분량이 조금씩 달라서, 그 엇갈림 때문에 슬픈 거라는 말은 비단, 이성 간의 관계뿐만 아니라 모든 인간관계에 적용된다. 나이가 들수록 주변에 사람이 적어지고 누군가의 관심 밖으로 밀려나 버린다. 아득바득 관심 안으로 들어가 보려 한들 달라지는 건 없다. 기존의 관계는 그저 흘러가는 대로 두고 새로운 관계를 만드는 것이 현명한 방법일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에게 그 새로운 관계는 결혼일 텐데 결혼을 선택하지 않은 사람은 어떻게 해야 하는 걸까? 우물 안 개구리인 나에겐 정말 어려운 문제다.

야구 잘 모르지만, 개막전에선 일본 괴물 투수 오타니 때문에 맥없이 지더니 어젠 투수 교체되고 9회 초에 역전승 했다. 해설위원이 야구는 오래 이기는 건 필요 없고 마지막에 이기면 되는 거라더니만 진짜 그렇다. 한일전에서 대역전으로 이겼으니 기분 좋지 국내 프로야구에서 내가 응원하는 팀이 저렇게 지면 진짜 열 받을 거 같다. 프로야구 팬이 아닌 게 다행이다. 투수 교체되고 게임이 뒤집힌 걸 보니 일본이 강한 게 아니라 투수가 강한 거였나 싶고. 일본이 꿈꾸는 것을 현실로 실현하는 건 결국 한국이라 웃기기도 하고 꼬숩기도 하다. 일본, 결승을 위해 경기 일정까지 바꾸더니 결과는 한국이 결승 진출. 오타니 주려고 만든 1,600만 원짜리 MVP 시계가 이대호 선수한테 간 것도 웃기고. 한일전은 역시 이겨야 제맛이다.

며칠에 걸쳐서 쓰다 보니 글이 길어졌지만, 주절주절 수다는 즐겁다. 앞으로 더 열심히 수다를 떨어야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