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폰5를 산 지 어언 24개월, 노예계약은 끝났으나 배터리 상태가 점점 더 나빠지고 있었다. 처음엔 잔량 20% 정도에서 꺼지더니 얼마 전부턴 60%가 넘게 남아있었음에도 갑자기 1%대로 워프해서 꺼지기 시작했다. 웃긴 게 이렇게 꺼진 상태에서 충전을 시작하면 다시 60%대로 돌아온다는 거다. 사람 놀리는 것도 아니고 뭔가요. 이걸 몇 번 당하다 보니 실내에선 덜한데 기온이 낮은 실외에서 사용하면 더 빈번하게 이런 현상이 발생한다는 사실도 알게됐다. 배터리 이 녀석 아프리카 출신도 아니면서 왜 이리 추위에 약한지 모르겠다. 아이폰 배터리는 공식 A/S 센터에서 바꾸면 10만 원정도 들고 사설에서 하면 5만 원인데 직접 바꾸면 3만 원 안쪽으로 해결 가능 하고 방법도 쉽다는 소릴 주워듣고 검색을 한 결과

이런 동영상을 발견한다. 2분 안에 아주 쉽게 폰 아래쪽을 분리하고 또 아주 쉽게 배터리를 갈아끼우다니! 유레카!!!!!!!!!!!!!! 이 동영상과 수많은 블로그 후기들을 믿고 구리버 검색 후 정품 + 상품평이 제일 좋은 배터리를 주문하기에 이른다.

새 배터리, 교환에 필요한 도구들, 서비스로 따라온 액정필름. 퇴근까지 못 기다리고 회사에서 작업을 시작. 우선 전원을 끄고 하단 부분 나사 두 개를 풀어준다. 다음은 액정을 분리해야 하는데 쉽게 안 된다. 도구 중에 플라스틱 막대가 있는데 한쪽 끝은 그냥 일자고 한쪽 끝은 약간 구부러져 있는데 그 구부러져 있는 부분을 끼워 넣고 힘을 줘서 액정을 들어 올리니 성공. 위는 분리 안 했으니 한 손으로 액정을 잘 들고 다음 작업으로 돌입. 그다음은 배터리 연결 부분의 나사 풀기 이것도 쉽게 성공. 다음은 기존 배터리를 꺼내야 하는데 안 빠진다. 힘을 줘도 안 빠진다. 결국, 또 플라스틱 막대를 이용하여 밀어내서 빼냈다. 밑에 양면 테이프가 붙어 있어서 동영상처럼 쉽게 분리가 안 된다. 새로운 배터리를 넣고 폰과 연결되는 작은 회로 같은 걸 끼워줘야 하는데 이게 또 좀처럼 딱 들어맞질 않는다. 몇 번의 시도 끝에 연결 완료. 이제 다시 배터리 나사를 조여주고 액정을 덮고 밑부분 나사까지 조여주면 성공이다. 글로 쓰는 지금도 아주 스릴 넘친다.

이게 기존 배터리인데 무식하게 잡아 빼다가 저렇게 선이 끊어졌다. 변형된 모습 없이 생각보다 멀쩡하다. 저 동영상처럼 쉽게 되지는 않지만 조금만 힘을 쓰면 어렵지도 않은 배터리 교환이었다. 아이폰 배터리는 일체형이라 다 별로지만 아이폰5 배터리는 그중에서도 최악인 것 같다. 어쩜 3gs보다 못하단 말인가. 애플에서 자진해서 배터리 교환을 해줄 정도면 말 다 한 거다. 나는 그 교환 대상도 아니어서 결국 내 돈으로 직접 교체를 했지만 저렴한 가격으로 성공해서 기분 좋다. 교체하고 배터리 싸이클 측정도 해봤는데 정상적으로 아주 잘 나온다. 배터리 닳는 속도도 눈에 띄게 느려져서 만족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