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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3. 8. 29. 16:45

한동안 인터넷 쇼핑을 안 하다가 최근 몇 주 사이에 꽤 많이 질렀다. 우선 회사에 입고 다니기 좋은 저지 스커트를 색깔별로 다섯 개나 샀는데 정말 엄청나게 매우 편해서 마음에 든다. 그리고 코데즈컴바인 재킷도 하나 샀는데 옷이 다 꼬깃꼬깃 구겨져 와서 기분이 별로였다가 얼마전에 새언니가 스팀다리미를 샀던 걸 떠올리고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단순하다. 그리고 실제로 보면 예쁘다는 SOUP 야상도 하나 지르고, 심플한 가방을 찾아 헤매다가 발견한 더블엠 가방도 10만 원에 질렀다. 가방 받아보고 생각보다 커서 놀랐지만, 디자인은 마음에 든다. 난 단순하고 깔끔한 디자인을 좋아하는데 생각보다 이런 가방을 찾기가 쉽지 않다. 예를 들자면 입생로랑의 카바시크 같은 디자인이 좋다. 유일하게 명품 가방 중에 갖고 싶은 게 카바시크인데 평소 옷차림이 캐주얼이기도 하고 가방이 무겁다 해서 사진 않을 것 같다. 롱샴 가방에 길들어서 이젠 무거운 가방을 못 들고 다니겠으니 큰일이다. 롱샴보다 가벼운 가방은 천 가방 밖엔 없는데 어쩌나요.

아이허브 이달 말까지 무료배송이라는데 물비누 사야 하는데 이번 달에 지출이 많아서 고민 중이다. 아이허브의 시작은 영양제이지만 그 끝은 잡다하리라는 말처럼 처음엔 영양제만 사다가 이젠 온갖 걸 다 사는데 생각보다 건진 게 없다. 챙겨 먹는 걸 잘 못해서 영양제는 그대로 쌓여 있고 화장품은 냄새 때문에 도저히 바를 수가 없어서 이젠 절대 안 산다. 샴푸도 많이 샀는데 건진 건 없다. 아이허브에서 산 것 중에 추천할 만한 건 블랙솝, 트리트먼트, 차전자피 가루 정도다. 차전자피 가루는 천연 식이섬유인데 변비에 좋다. 찬물에 한두 숟갈 타서 먹고, 찬물을 한 컵 더 마셔주면 되는데 효과가 아주 좋다. 변비약처럼 내성이 생기지도 않고 정말 좋은데 나무 맛이라 먹기가 힘들다는 것이 단점이다. 나무를 먹어보진 않았지만 저런 맛일 게 분명하다. 내 몸에 나이테가 생길 것 같은 맛! 톱밥 맛! 주스에 타 먹으면 괜찮은데 주스값이 아까워!

자고 일어나면 5개국어쯤 껌으로 여기며 네이티브로 말하고 듣고 쓰는 능력을 갖췄으면 좋겠다는 상상을 자주 한다. 갑자기 천재적인 글쓰기 능력이 생겨서 해리포터를 능가할 엄청난 작품을 써서 돈을 긁어모으는 작가가 되는 상상도 자주 한다. 몇 주 동안 1등이 안 나오던 로또에 내가 1등으로 당첨돼서 100억을 당첨금으로 수령 후 평생 유유자적 돈 많은 백수로 사는 상상도 자주 한다. 현실적으로 생각해 보면 내게 가장 필요한 건 자신을 먹여 살릴 능력 그리고 건강한 몸과 건강한 정신일 텐데 어렵다. 평범하고 기본적인 것이 가장 어렵다.

<주군의 태양> 휴가 때 호텔에서 잠깐 봤던 부인 죽인 아저씨가 섬뜩하게 웃는 장면이 인상적이라 매주 챙겨 보기 시작했는데 유치하고 오글거리지만 가볍게 보기 좋다. 소지섭 말투가 <최고의 사랑> 차승원과 비슷한 느낌인데 소지섭이 훨씬 멋있다. 방금 본 8화에 나온 소지섭 아역 진짜 연기 못하네. 아이돌이라는데 그냥 아이돌이나 하세요.

국민도서관 책꽂이에서 빌린 책은 두 달 동안 겨우 두 권 읽었다. 반도 못 읽고 다시 보내게 생겼다. 새롭게 알게 된 중국 작가 쑤퉁에게 빠져서 그의 책을 하나씩 모으고 있고, 북스피어에서 보내 준 테드창의 책은 독특하고 흥미로운데 대학 전공 서적을 읽는 듯한 느낌 때문인지 생각보다 진도가 안 나간다. 오늘은 꼭 다 읽어야지. 이석원 작가 첫 소설 <실내인간>은 빌려 읽으려다가 궁금해서 사 버렸고, 구병모 작가의 <파과>도 역시 참지 못하고 샀다. 애증의 묵향도 31권이 나와서 샀고 책 놓을 곳도 없는데 계속 사들이니 이것도 병인가 싶다. 있는 책을 다 읽고 새 책을 사는 일은 평생 불가능하겠지

어제 점심엔 짜장면 먹었고 저녁엔 회식이었는데 새우 몇 개랑 과일 몇 개 먹은 게 다여서 아침부터 배고프다. 먹은 게 없는 상태에서 술을 먹으니 속은 편했는데 새벽부터 배가 고픈 단점이 있군. 회식 정말 싫은데 내가 참가하는 회식은 일 년에 두 번 정도니까 그냥 참는다. 보스나 다른 직원분들은 회식 자리에서라도 뭔가 내 속 이야기를 듣고 싶으신 거 같은데 (7년 정도 지나니 다들 거의 포기 상태이긴 하지만) 사실 그분들한테 딱히 불만도 없고 할 말도 없고 내 개인적인 이야기는 하고 싶지 않다 보니 할 이야기가 없다. 언제나 그렇듯 이야기 들어주기 + 웃음으로 어색한 시간을 보내고 집에 왔는데 망할 알콜때문에 몇 시간 자지도 못하고 피곤하다. 알콜은 정말 나랑 안 맞는 녀석이다. 밥이나 먹자.

밥 먹고 이어서 쓰는 수다. 따즈님 블로그에서 보고 <은수저> 애니를 보고 있는데 좋다. 방황하는 청춘의 농업고교 적응기 정도 되는 거 같은데 배경이 배경인만큼 보고 있으면 마음이 편해진다. 동물에 대해서 몰랐던 사실도 알 게 되고 재밌다. 우리 집도 논, 밭이 있었기 때문에 농사일이 얼마나 힘든지 잘 안다. 해도 해도 끝도 없고 계절마다 새로운 일이 생기고, 준비해야 할 것도 많아서 일 년 내내 쉴 틈이 없다. 이 애니 은근 먹을 게 많이 나오는데 그 정점은 하치켄이 직접 만든 피자였으니. 정말 맛있어 보였다. 그러고 보니 하치켄 <허니와 클로버>의 다케모토와 비슷한 느낌이다. 고민하고 방황하는 청춘들. 애니화가 됐으니 곧 드라마나 영화로도 만들어 지지 않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