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를 보기 위해 오랜만에 읽은 오쿠다 히데오 책. 헌데 책 표지에 있는 그림이 너무 비호감이다. 우에하라 이치로를 그린듯한데 심하게 비호감이라 구매 욕구까지 떨어트릴 것 같다. 과거 운동권이었던 부모님과 스물두 살 누나, 열 두 살 지로, 열 살 모모코 가족의 파란만장한 이야기. 1권에선 도쿄에서의 생활, 특히 지로의 학교생활이 중심으로 그려지고 2권에선 남쪽 섬 이리오모테에서의 생활이 그려진다. 분명 주제는 무겁다. 하지만 글은 오히려 유쾌하다. 딱 오쿠다 히데오다.

옳지 못한 일을 옳지 못하다고 말하는 건 옳은 일이지만 지로 아버지의 방식은 너무 과격하고 직선적이라 주변 사람들을 자주 곤란에 빠트린다. 그 곤란의 중심에 있는 건 당연히 그의 가족들이다. 처지를 바꿔놓고 생각해봐도 어린아이에게 저런 아버지는 숨기고 싶은 대상일 것이다. 하지만 이런 생각도 남쪽 섬에서의 생활이 시작되면서부터 조금씩 달라진다. 섬사람들에게 아버지는 과거 운동권 출신이었으나 지금은 보잘것없는 골칫덩어리가 아닌 존경과 흠모의 대상이다. 이것만으로도 놀라운데 도쿄에선 글을 쓴다면서 변변한 일도 안 하던 아버지가 매일 같이 밭을 일구고 집을 고치고 바다로 배를 몰고 나가 고기를 잡아온다. 전기가 없어 램프를 켜야 하고 물이 나오지 않아 우물물을 길어 쓰고 화장실은 항아리를 묻어 놓은 게 전부이지만 지로네 가족은 도쿄에서보다 이리오모테 섬에서의 생활이 더 즐겁고 행복하다. 평화로운 섬 생활도 길게 이어지진 못했지만 꿈의 섬 '파이파티로마'에서 지로네 가족이 모두 행복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제 내일 영화를 보는 일만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