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빗 - J.R.R.돌킨

2013. 1. 28. 21:39



영화도 재미있게 봤고 원작 소설이 한 권짜리라서 가볍게 읽기 시작했는데 다행히 책도 재미있었다. 비록 잠과 싸우며 읽느라 다 읽는데 일주일이나 걸렸지만...  예전에 <반지의 제왕>을 1권 보다가 포기했던 안 좋은 추억이 있어서 조금 걱정을 했었는데 단순하고 유머러스한 <호빗>은 내 취향에 맞는 모양이다. 역시 난 단순한 인간인가 보다. 원작 읽고 영화를 본 사람들이 피터 잭슨이 원작에 충실히 영화를 만들었다고 하더니만 소설 전체 분량이 적어서 3시간짜리 3부작 영화로 만들려면 원작에 충실할 수밖에 없어 보인다. 특히 초반부는 특별한 사건이 없어서 더 그렇다.

점점 지혜롭고 용감해지는 호빗 빌보와 점점 비호감이 되어가는 난쟁이들. 난쟁이들 진짜 빌보한테 다 맡겨 놓고 자기들은 하는 게 없어!!! 외로운 산에 도착하고부터 난쟁이들에 대한 비호감이 절정에 이르는데 한 편으론 이해가 가면서도 우리 작고 귀엽고 먹는 거 좋아하는 빌보를 생각하면 그저 짜증 날 뿐이었다. 영화 2편에선 어둠 숲에서의 모험이 다뤄질 거 같은데 거미와의 전투가 기대되면서도 CG로 탄생한 거미가 얼마나 징그러울지 걱정스럽다. 세상에서 곤충과 벌레를 제일 혐오하는 나로선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소름 돋는다. 피터 잭슨 아저씨 적당히 징그럽게 만들어 주세요. 원작대로라면 스마우그는 마지막 3편에나 제대로 등장할 것 같은데 빌보와 스마우그가 대화하는 장면이 기대된다. 존과 셜록의 만남~♡ 근데 스마우그 목소리가 좋아서 반하면 어쩌나요. 안 그래도 판타지에선 드래곤이 제일 좋은데 말이지. 쓸데없는 걱정은 이만하고 나름 기대했던 스마우그의 죽음이 굉장히 허무해서 슬펐는데 영화에선 좀 더 멋지게 연출해줬으면 좋겠다.

지금 나오는 판타지 소설 대부분이 돌킨 할배가 창조한 판타지 세계관의 영향을 받은 건데 이런 복잡한 세계관을 만들다니 상상력이라곤 눈곱만큼도 없는 나로선 존경스러울 뿐이다. 이런 글이 작가의 상상력으로만 끝나지 않고 기술의 발전에 의해 영상으로 만들어졌다는 것도 대단하고 말이지. 광활한 우주에 비교하자면 인간은 한낱 먼지처럼 보잘것없는 존재이긴 하지만 그 먼지가 해내는 일이 결코 보잘것없지 않음이 가끔은 사랑스럽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