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신승훈 SHOW POP TOUR in 서울
2012.12.23 PM 06:00
올림픽 공원 핸드볼 경기장


오전에 코엑스에서 영화를 보기로 해서 일찍 나갔는데 차가 전혀 안 막혀서 생각보다 일찍 도착. 시간을 보내기 위해 반디에 들렀다가 베니의 끝없는 하관이 덕후 레이더망에 포착! 가서 보니 BBC에서 출간된 셜록 케이스 북이었다. 영어도 못하는 주제에 지르고 봤다. 영어를 학교에서 그렇게 배웠는데 이렇게까지 못 한다는 건 뭔가 음모가 있는 게 틀림없다. 이후 메가박스 M2관에서 <호빗>을 이름도 어려운 HFR 3D Atmos 버전으로 관람해주시고 (내 취향으론 반지의 제왕보다 재미있었음, 귀염둥이 골룸) 북적거리는 인간무리를 헤치고 식당에서 무사히 끼니를 해결한 후 일찌감치 지하철을 타고 올릭픽 공원으로 출발. 올림픽 공원역에 도착해보니 지하철 9호선 공사 때문에 에스컬레이터가 없어졌다! 저질 체력을 자랑하는 우리는 계단 올라가다가 1차로 체력 방전. 올림픽 공원은 갈 때마다 느끼지만 쓸데없이 멀고, 쓸데없이 넓고, 쓸데없이 춥다. 너무 추워서 밖에서 뭐 구경하고 그런 건 다 패스하고 바로 공연장으로 입장. 자리에 가 보니 의자에 울 오빠가 있눼? 오빠 용안이 있으니 카드는 사진을 찍고 보관. 자리가 약간 사이드이긴 했지만 7번째 줄이라 오빠 얼굴은 볼 수 있었다. 공연 시작 전까진 이런저런 선전을 무한 반복으로 관람. 이번 서울 콘서트가 삼성카드에서 1+1 이벤트를 한 거라서 광고가 많이 붙었다. 삼성카드에서 야광봉도 하나씩 나눠주고 꽤 좋은 것 같다.

오프닝은 박사하고 조수 두 명이 나와서 이상한 퍼포먼스를 하는데 정말 어수선했다. 다들 뭐 하는 거야? 뭐지? 이런 반응. 어쨌든 이상한 무리는 퇴장하고 <Moves Like Jagger>를 부르면서 등장하는 울 오빠! 1년 6개월 만에 보니 참 반갑더라. 여전히 아담한 사이즈. 오프닝 때 세 곡을 불렀는데 한 곡은 기억이 안 나고 평소에 안 좋아하는 <I believe>가 이번엔 좋아서 좀 놀랐다. 역시 편곡과 라이브의 힘이란 대단하다. 이제 나도 나이가 들었는지 <응답하라 1993> 코너도 좋았다. 본인이 만들어 놓고 힘들어서 잘 안 부른다는 <널 사랑하니까> 오랜만에 라이브로 들으니 정말 좋더라. 이번 공연에선 다른 가수들 노래를 많이 불렀는데 <한 남자> 첫 소절 시작하는데 숨이 턱~ 현빈이 부른 버전도 좋지만 역시 오빠는 가수라 그런가 차원이 다른 느낌?! 가장 좋았던 건 <가시나무> 이번 공연, 이 노래를 들으러 왔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는데 정말 정말 감동적이었다. 새삼 노래 잘한다고 말하기도 입 아프지만 정말 노래 잘 하는 신승훈 씨. 이번 공연도 준비를 많이 했다는 게 팍팍 느껴졌다. 무대가 화려하거나 웅장하진 않았는데 이번엔 조명이 예술이었다. 지금까지 본 모든 공연을 통틀어 가장 화려하고 아름다운 조명이었다. 특히, 앵콜때 조명 최고! 이런 공연은 정말 영상으로 저장해 놔야 하는데... DVD로 발매는 안 해도 다 녹화는 해놓겠지? 20주년 공연도 DVD를 안 내줬는데 이 공연을 내줄리도 없을 테고 아쉽다.


아쉬운 부분을 꼽아 보자면 단연 오빠 의상. 스타일리스트가 바뀌었다는데 아니 옷이 왜 그런가요? 누가 그렇게 만들라고 하던가요? 의상 제작비가 없는 것도 아닐 텐데 무슨 티셔츠 쪼가리에 반짝이를 그리 좋아하는지 ㅠ.ㅠ 의상은 다른 공연 때 보다 많이 갈아입었는데 정작 실속은 없었다. 색감도 별로고 마음에 드는 의상이 단 한 벌도 없었다. 지난 몇 년 동안 콘서트 의상 정말 예뻤는데... 세종 그랜드 피날레때도 의상 예뻐서 감탄했었는데... 많이 아쉽다. 그리고 <하늘 가까이> 듣고 싶었는데 안 불러줘서 슬펐고 ㅠ.ㅠ 또 하나! 제발 공연 매너 좀 지키자고요. 발라드 부르는데 전화 통화가 말이 되나요? 그것도 앞자리에서! 억지로 온 것도 아니고 오래된 팬으로 보이던데 공연 중에 전화는 아니지요. 상식이란 게 있다면 매너 좀 지킵시다. 당신만 돈 내고 보러온 게 아니랍니다. 이 무식한 인간아!!! 그럴 거면 공연 보러 오지 마!!!


오빠가 10대 팬 이야기 할 때 공연장이 떠나가라 소리 지르던 여인이 있었는데 알고 보니 보코에서 오빠 제자였던 승연 양. 아직 만 19세인가 보다. 보코 제자들 2층에서 공연 봤다던데 아니 그게 2층에서 지른 소리였다니!!! 진짜 발성이 남다른 승연 양. 귀엽다. 오빠 멘트는 변함없이 재미있었고 한순간도 지루할 틈이 없었다. 나도 후기를 자세히 써 보려고 했으나 어제 본 공연인데도 기억이 잘 안 난다. 분명 오빠 얼굴 보느라 다 잊어버린 걸 거야. 다 잊기 전에 1월 수원 공연을 또 가야 하나 싶다. 성남에선 안 해주시려나? 공연장은 그쪽이 더 좋은데...

이번 공연은 오빠 팬이 아닌 사람들이 봐도 충분히 재미있을 만한 공연이었다. 발라드, 댄스 어느 한 쪽에 치우치지 않은 조화롭고 즐겁고 감동적인 공연. 난 작년 6월에 세종 그랜드 피날레 공연 때문에 공연 보는 눈이 더 높아져서 큰일이지 싶다. 팬들의 눈과 귀를 높여 놓은 건 오빠니까 오빠가 알아서 하시겠지요. 이상 신승훈 좀비 팬의 공연 후기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