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구가 아닌 사실에서 오는 충격은 엄청나다. 첫 번째 이야기는 '전골을 먹는 여자'로 제목에서 짐작되듯이 인육에 관한 이야기였는데 이 부분을 출근 때마다 지하철에서 읽었더니 며칠 동안 아침마다 기분이 찝찝했다. 지적 장애가 있는 여자가 저지른 사건부터 시작해서 병을 낫게 하려고 인육을 타인에게 먹인 사건까지 읽으면서 그저 한숨만 나왔다. 두 번째 이야기 '두 명의 진범'에선 무고한 시민을 살인범으로 몰아가는 사법부의 병폐를 고발하고 있다. 과연 인간이 인간을 공정히 심판할 수 있을까, 모든 인간 앞에 법은 공평한가 라는 의문이 들었던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 책의 하이라이트 세 번째 이야기 '어둠 속을 내달리는 엽총'이 마지막을 장식한다. 한 사람이 하룻밤에 마을 사람 서른 명을 죽인 이 사건은 1938년 오카야마 현 쓰야마 지방에서 일어났다. 뒤편에 실린 해설을 읽어보면 알 수 있듯이 세이초는 대량 살인을 저지른 도이 무쓰오라는 인물 자체에 집중하기보단 그가 살았던 공간에 주목하여 글을 풀어나간다. 일차적 장소가 되는 고립된 산촌과 이차적으로 전쟁이라는 시대적 상황, 대량 살인은 이런 이중적 고립에서 탄생했다고 한다. 스포가 될 것 같아서 이 이상은 쓰지 않겠지만,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닫게 됐다. 다른 의미로 충격이었던 건 그 시절 일본 지방에 흔히 있었다던 '요바이'라는 성 풍속이었다. 글로 설명하고 싶지도 않으니 궁금하시면 검색해보시던가 책을 읽어 보시길 바란다. 나에겐 저런 풍습이 있었다는 자체가 그야말로 멘탈붕괴였다. 세이초 논픽션은 이제 이 책 한 권을 읽었을 뿐인데 그전에 읽었었던 소설보다 더 마음에 든다. 한 발짝 떨어져서 객관적인 눈으로 사건을 풀어가는 방식이 아주 마음에 든다. 논픽션 글을 읽고 나니 세이초의 일상이 담긴 수필이 있다면 읽어보고 싶어졌다. 세이초 수필을 출판해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