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라 아비 - 김애란

2012. 1. 17. 13:14



난 장편이 좋은데 요즘 이상하게 계속 단편집만 골라서 읽고 있다. 김애란 작가의 책은 세 번째다. 이번 <달려라 아비>는 같은 단편집이었던 <침이 고인다>와 닮은 듯 아주 다른 느낌이었다. 내 취향으론 김애란 작가 글은 장편 쪽이 더 마음에 든다. <침이 고인다>도 그랬지만 쉽게 읽고 삼켜버리기엔 걸리는 게 많은 글이었다. '달려라 아비'와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 에서는 못내 미워하고 못내 사랑한 내 아버지가 떠올랐고, 온갖 걱정을 끌어안고 사느라 마음 조용할 날이 없는 내 모습도 함께 겹쳐 보였다. '그녀가 잠 못 드는 이유가 있다'에서의 그녀처럼 나도 아주 어릴 땐 누가 업어가도 모를 만큼 잠을 잘 잤었다. 그러던 것이 자라면서 여러 가지 이유 때문에 잠을 쉽게 이루지 못하고 잘 놀라고 자주 불안해하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이런 걸 보면 환경이 사람에게 미치는 영향이 얼마나 큰지 새삼 깨닫게 된다. 각설하고, 결론적으로 보면 이 책에 실린 단편들은 내 취향의 글은 아니었다. 전에 읽었던 <두근두근 내 인생> 이나 <침이 고인다>는 꽤 마음에 들었었는데 <달려라 아비>에서 브레이크가 걸렸다. 다시 액셀 페달을 밟으려면 시간이 걸릴 것 같다.

리뷰와는 상관없지만, 책을 공유해서 빌려 읽을 수 있는 사이트가 있어서 소개해볼까 한다. 국민 도서관 책꽂이라는 사이트인데 이곳은 회원들이 맡긴 책을 서로 빌려 보는 시스템이고 기부나 판매가 아니므로 언제든지 요청만 하면 맡긴 책을 다시 돌려받을 수도 있다. 그래도 아끼는 책이나 절판되어 다시 구하기 어려운 책은 맡기지 않는 게 정신 건강에 좋을 것 같다. 대여기간도 두 달로 긴 편이라 시간에 쫓기지 않고 부담 없이 빌려 읽을 수 있는 것도 장점이다. 처음 회원 가입을 하면 일정 포인트를 주는데 그 포인트로 책을 빌릴 수 있고 책을 다 읽고 반납하면 다시 포인트가 복구된다. 굳이 책을 keeping 하지 않아도 몇 권의 책은 꾸준히 빌려 읽을 수 있다는 이야기. 다만, 여러 권을 빌리고 싶다면 그만큼 포인트가 필요하니 키핑을 통해 포인트를 쌓을 필요가 있다. 책은 일정의 배송료만 선불로 지불하면 택배로 받아보고, 다시 택배로 반납할 수 있고 반납할 때 키핑할 책을 함께 포장해서 보내면 따로 배송료를 들이지 않고도 책을 키핑할 수 있다고 한다. 이 얼마나 합리적이고 실용적인 온라인 도서관이란 말인가~! 이야기가 길어질 것 같으니 나머지는 살짝 접어두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