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틱한 초상 - 이갑재

2012. 1. 21. 21:21



추리소설이지만 그 속에 정신의학, 예술, 종교, 심리학 등이 녹아 있어 읽기 쉽지 않은 글이었다. 사건을 풀어가는 내내 정신의학이나 오디오 기기, 음악, 종교에 대한 전문적인 용어가 계속 등장하는데 그 용어들을 일일이 찾아볼 수도 없는 노릇이고 읽는데 좀 답답했다. 범인은 물론이고 사건을 맡은 형사며 사건에 관련된 인물들이 하나같이 예술과 종교 등에 조예가 깊다는 설정도 좀 의아했지만 이건 어디까지나 허구의 세계니까... 저런 어려운 이야기들이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와 어울리지 못하고 동떨어진 느낌이라면 문제가 있었겠지만, 오히려 그 반대로 소설의 전체적인 분위기를 이끌어가는 역할을 하고 있어서 매력적이었다. 단순히 사건의 범인이 누구인지를 쫓는 것이 아니라 범인의 복잡한 정신세계를 쫓는 추리소설에 가깝달까... 내 머리로는 범인의 정신세계를 이해할 수 없었지만, 범인은 자신만의 확고한 믿음을 가지고 살인을 저질렀다. 이 소설을 읽으면서도 느꼈지만, 종교 이야기는 언제 읽어도 머리가 아프다. 눈에 보이지 않는 종교가 무엇이고 믿음이 무엇이기에 이렇게나 많은 사람의 정신과 마음을 지배하는 것일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은 믿지 않는 나 같은 사람에겐 이해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한국 추리소설을 많이 읽어 본 것은 아니지만 이런 스타일의 글을 쓰는 작가는 처음이어서 반가웠는데 아쉽게도 작가님은 오래전에 고인이 되셨다고 한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빌며... 아직 살아 계셨다면 한국 추리문학의 수준을 한 단계 끌어 올렸을 거라는 김성종 작가의 평가에 공감하게 되는 소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