왈왈 - 하성란

2012. 1. 25. 20:35



하성란 작가의 글은 처음이다. 처음이지만 왠지 나와 잘 맞을 것 같은 예감이 들어서 겁도 없이 네 권의 책을 한꺼번에 샀다. 그중에서 처음으로 읽은 산문집 <왈왈>에는 작가의 2009년 이야기가 고스란히 담겨 있다. 우선, 이 책은 내가 얼마 전에 미남책으로 선정했었던 <무라카미 하루키 잡문집> 보다 훨씬 더 잘 빠진 미남책이다. 감각적인 표지 디자인, 가벼운 무게, 한 손에 쏙 들어오는 크기, 처음엔 본문에 검은 글씨가 많은데 뒤편으로 갈수록 파란 글씨가 늘어나게 만든 것까지 마음에 든다. 잡문집은 내용에서 대실망이었지만 왈왈은 내용도 좋았으니 한동안 미남책의 왕좌에서 내려오지 않을 것 같다.

내용은 하루하루 몇백 자 내외로 일기 쓰듯이 그날 일어난 일이나 작가의 여러 가지 생각이 담겨 있는데 내가 좋아하는 법정 스님이나 장영희 교수님, 하루키의 수필과는 다른 매력이 있는 글이었다. 내 경우엔 취향에 맞는 소설을 찾는 것보다 취향에 맞는 수필을 찾는 게 더 어렵던데 하성란 작가의 산문은 합격점을 주고 싶다. 소설도 나와 잘 맞았으면 좋겠는데... 쭉 읽다 보니 정치 성향도 나와 비슷한 것 같아서 혼자 흐뭇해했다. 딱히 정치적인 부분까지 따져가며 책을 읽지는 않지만 안 맞는 쪽보단 맞는 쪽이 좋은 건 사실이니까... 어릴 땐 방학 숙제로 내주는 일기가 그렇게 쓰기 싫었었는데 크고 나니 왜 남에 일기 같은 수필을 보는 게 좋은지 모르겠다. '이 사람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는 인간이구나.' 이런 동질감을 느끼고 싶은 걸까? 나조차도 알 수 없는 내 마음이다. 올해 나는 얼마나 '왈왈' 거리며 살게 될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