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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 9. 30. 20:59



개봉 전부터 혹평이 난무했지만, 우리 왕자님 때문에 보러 갔다. 오프닝 액션과 후반부 해리와 에그시가 함께 싸우는 부분을 빼곤 남는 게 없는 영화였다. 쓸데없이 잔인하고 온갖 차별이 난무하며 심지어 지루하기까지 했다. 이 영화의 가장 큰 매력은 아무 생각 없이 즐겁게 감상 가능한 B급 오락 영화였는데 속편에선 그 매력마저 없어졌다. 노리고 넣은 유머 코드가 곳곳에 보였는데 후반부 엘튼 존 딱 한 장면 빼곤 모두 실패. 또 불만인 게 매력 있는 캐릭터들을 너무 쉽고 허무하게 죽여서 그것도 마음에 안 들었다. 다른 건 몰라도 액션씬 하나는 잘 찍는 감독인데 다른 부분이 최악이라 장점까지 가려졌다. 가오갤 속편도 아쉬웠는데 킹스맨도 마찬가지라니 슬프다. 그래도 KT VIP 할인받아서 조조 무료로 봤으니 그뤠잇!

영화 끝나고 스벅에 들러서 '자몽 허니 블랙 티'와 '햄 치즈 루꼴라 샌드위치'를 아점으로 먹은 후 이북을 읽었다. 둘 다 처음 먹는 메뉴였는데 자몽 허니 블랙 티는 맛있었는데 루꼴라 샌드위치는 기대 이하였다. 다음엔 단호박 샌드위치 먹어봐야지. 11시 좀 넘어 들어갔을 땐 사람도 없고 좋았는데 점점 시끄러워져서 두 시간 있다가 나왔다. 이 동넨 어느 카페가 조용한지를 모르겠네. 스벅은 다른 것보다 사이렌 오더가 있어서 좋다. 카페 가면 메뉴 이름이 다 영어로 길어서 주문하기도 번거로운데 앱으로 주문, 결제하고 바로 받으니 세상 편하다. 통신사 할인도 되니 더 좋고요. 다음엔 기프트카드 충전해서 주문해야겠다. 이후엔 세계 과자점과 다이소를 들러 소소하게 쇼핑하고 집에 돌아왔다.

3층 전셋집에 원래 식구 4명이 사는데 지금 시댁 식구가 적어도 6~7명이 더 와서 지내고 있다. 지난여름에 3주 동안 엄청 쿵쿵거리고 시끄러워서 고통받았는데 그들이 다시 왔다. 명절 내내 있을까 봐 두렵다. 그때도 몇번이나 올라가서 말하려다 참았는데 이번엔 못 참고 어제 멜론 들고 올라가서 밤 10시 이후에만 조심해달라고 얘기하고 왔다. 미운 놈 떡 하나 더 준다는 맘으로 좋게 말하고 온 건데 효과가 있는 것도 같고??? 어차피 다음 달에 나가는 사람들이긴 한데 그래도 당장 잠을 못 자니까. 여름에 그들이 3주 동안 머물렀을 때 물세가 원래 나오는 금액의 배가 나와서 상수과에서 확인 전화까지 왔었다. 원래도 물을 많이 쓰는 집인데 열댓 명이 밤낮없이 물을 써대니 많이 나올 수 밖에. 이번에도 또 그러면 물세를 더 받던지 해야지. 진상 건물주도 많지만, 진상 세입자도 만만치 않게 많은 세상이다.

이북리더기 넣어 다니려고 당나귀 파우치를 새로 샀는데 플립 케이스 씌우고 넣으면 너무 딱 맞는다. 파우치 도톰하고 귀여운데 1cm만 더 크면 좋았을 것을. 그래도 안 들어가는 건 아니니까 좀 불편해도 젤리 케이스 씌우고 쓰던가 해야겠다. 비숲 대본집도 샀고 매즈 차기작이라는 <카오스 워킹> 원작 소설도 사서 읽었다. 표지는 정말 사고 싶지 않게 생겼지만 내용은 재밌는 편이었다. 근래 읽은 책 중에서 가장 좋았던 건 <보건교사 안은영> 귀신 보는 양호교사 이야기인데 전혀 무섭지 않고 귀엽고 사랑스럽다. 이 나라 남성 작가의 글은 대부분 밑도 끝도 없이 구질구질하고 우울하며 여자를 까내리지 못해 안달인데 그나마 여성 작가들의 글이 덜 우울하고 참신한 소재가 많다. 정세랑 작가 기억해두겠어요. 

지난달 월요일 출근길에 신호가 바뀐 걸 보고 얼른 가야지! 하다가 주차돼있던 차 뒤범퍼를 긁었다. 운전 시작한 지 1년 3개월, 한 번도 어디 긁거나 사고 난 적 없는데 가만있는 남에 차를 긁다니요. 인도에 반 걸쳐있는 개구리 주차에 중앙선엔 볼라드까지 박혀 있어서 너무 좁게 돌았던 게 원인. 불법주차라고 해도 어쨌든 가해자 책임이 더 큰 모양이다. 보험 처리하면 할증은 안 되지만 3년간 할인이 안 되고 특별 할증이란 것도 있다기에 그냥 현금 30만 원으로 합의 봤다. 20이면 충분할 것 같았는데 30 부르기에 그냥 주고 맘 편해지기로 했다. 어떤 상황에서도 절대 급하게 운전하면 안 된다는 걸 30만 원 주고 배웠다 쳐야지. 운전자 여러분, 절대 급하게 운전하지 맙시다. 그리고 보행자 여러분은 무단횡단을 하지 맙시다.

지난주 시장에서 득템한 블라우스와 청치마. 블라우스는 몸에 붙지 않는 재질로 하늘거리며 자잘한 주름이 잡혀있고 디테일이 예쁘다. 여성스러운 옷은 안 어울려서 피하는 편인데 이 옷은 입어보니 괜찮아서 쟁이기로 했다. 체형 상 바지는 별로니까 치마에 받쳐 입어야겠다. 청치마는 발목까지 오는 길이에 밑단이 약간 언발란스고 무릎 부분부터 앞부분이 트여있다. 활동성 좋고 편해서 롱스커트를 좋아하는데 득템했다. 총 8개, 2만 원어치 샀는데 이 두 가지가 제일 맘에 든다.

오랜만에 기니에 사는 후원 아동 사진이 와서 보다가 팔이 길어서 깜짝 놀랐다. 부모님이 키가 크시던데 이제 9살인데 저 정도면 앞으로 이 아이도 키가 엄청 클 거 같다. 아이는 학교에 다니고 있고 동생이 태어났다고 한다. 아동 독사진과 동생, 엄마와 함께 찍은 사진이 왔다. 사진이 일 년에 한 번씩은 오는 거 같은데 그동안 받은 사진 다 어디에다 뒀는지 모르겠네, 찾아봐야지. 아동이 입고 있는 원피스와 엄마의 치마가 같은 천이던데 굉장히 힙했다. 비록 후원 7년동안 편지를 두 번 밖에 안 보낸 불량 후원자이지만 이 아이가 성인이 될 때까지 후원은 계속하고 싶다. 아프지 말고 항상 건강하길.

요즘 공포 영화를 많이 봤는데 <바바둑>이란 영화 결말을 보고 어리둥절?! 이 영환 악령이 무섭다기보단 싱글맘과 평범하지 않은 아이의 조합에서 나오는 현실적인 문제가 더 무서웠다. 악령보다 돈 없는 게 더 무섭고요. 오스트레일리아 영화인데 엄마로 나오는 배우분의 연기가 정말 좋았다. <겟 아웃>은 삐뚤어진 신념을 가진 인간만큼 무서운 건 없다는 진리를 다시금 깨닫게 해 준 영화였고, <에나벨>은 서양에서 좋아하는 어린아이와 인형의 조합인데 다른 것보다 악령 들린 재니스가 역변하는 게 가장 무서웠다. 나쁜 악령 자식 그렇게 예쁘고 사랑스러웠던 아이를 말야. 양심도 없다.


앱 받아놓고 묵히고 있던 '런데이'를 드디어 시작했다. 집 근처 중학교 운동장에서 달렸더니 지도가 운동장 모양이네요. 처음이라 힘든 건 안 시킬 테니 괜찮을 거라 생각했는데 그건 크나큰 착각이었다. 제대로 된 운동이라곤 평생 해본 적 없는 몸뚱이라 간헐적으로 1분 뛰는 것도 힘들었다. 타고난 면역력 덕분에 크게 아프지 않고 지금까지 살아온 거지 제대로 저질 체력이라는 걸 오늘 깨달았다. 23분 달리고 얼굴이 빨갛게 익어서 집에 가려고 하는데 동네 아주머니가 뛰러 오셨다. 옷, 신발, 모자, 선글라스, 마스크까지 장착하신 베테랑 포스가 풀풀 나는 분이셨는데 같이 뛰면 좋은데 왜 벌써 가냐 그러셔서 30분 뛰었더니 힘들다고 말씀드리고 집으로 왔다. 아주머니 제가 체력이 되면 같이 더 뛰고 싶었는데요. 너무나 저질 체력이랍니다. 다음에 또 뵙게 되면 같이 뛰어요. 오늘 뛰어보니 선 있는 이어폰이 불편해서 블루투스 이어폰도 장만했다. 폰은 우선 들고 뛰어보고 정 불편하면 허리에 찰 만한 작은 가방을 사던가 해야겠다. 운전 시작한 이후로 꾸준히 하던 걷기 운동도 안 하게 돼서 런데이를 해보기로 한 건데 중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해냈으면 좋겠다. 습관을 들여서 꾸준히 뛰게 된다면 더더욱 좋고. 주 3회 운동이라 내일은 쉬고 모래 뛰어야 하는데 힘내 봅시다.

바빠서 여름 휴가도 없었는데 이번 연휴에 푹 쉬어야겠다. 생리대 파동 이후 대안으로 쓸만한 걸 찾다가 기저귀나 행주로 쓰는 소창천을 샀는데 그것도 삶아 말려야 하고, 날 좋을 때 침구도 싹 세탁해야 하고, 영화도 보고, 책도 읽고, 독후감도 쓰고, 친구도 만나야지. 요즘 들어 더욱더 썰렁해진 블로그지만 혹시 들르시는 분들이 계신다면 추석 즐겁게 보내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