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5월 독후감
2017.07.16 19:38


01. 정유정의 히말라야 환상방황 - 정유정

정유정 작가의 책은 '7년의 밤'과 '내 심장을 쏴라' 두 권 읽어봤다. 전자는 좋았고 후자는 별로였다. 50%의 확률을 가지고 에세이에 도전했는데 결과는 대성공이었다. 김영하 작가에 이어 에세이 궁합이 맞는 국내 작가를 또 한 명 알게 되다니 매우 기쁘다. 평소 여권도 없었을 정도로 해외여행과는 연이 없었던 정유정 작가가 '힐링'을 위해 선택한 것이란 게 17일 동안의 히말라야 환상 종주였다. 이 대목에서 대부분의 독자는 히말라야 환상 종주가 어떻게 힐링이 될 수 있는지 의문을 갖게 될 것이다. 하지만 작가가 평소 안나프르나에 가보고 싶었다 하니 마음으로 이해하고 넘어가야 할 대목이다. 남편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여행을 밀어붙인 정유정 작가는 동료 작가와 함께 드디어 히말라야에 발을 딛게 된다. 환상 종주가 환상 방황이 된 연유가 궁금하다면 책을 읽어 보시라. 작가는 죽을 것 같아서 떠나 왔는데 또 죽을 것처럼 고생한 후 확신 하나를 얻었다고 한다. 그 확신 하나를 얻기까지가 그렇게 험난할 줄이야. 앞으로도 가진 힘을 바닥까지 다 써버리면 다시 히말라야를 찾게 될 거라는 정유정 작가. 작가님이 앞으로 히말라야에 가실 때마다 책 한 권씩 써주신다면 참으로 좋겠다.


02. 갈증 - 후카마치 아키오
알라딘 중고서점에 갔다가 상태도 좋고 제목도 마음에 들어서 사전 정보 없이 사들인 책이다. 지금 생각하면 그때의 나를 마구 때려주고 싶다. 중요 등장인물을 소개하자면 이혼한 아내에게 딸 '가나코'를 찾아달라는 연락을 받고 형사 행세를 하며 딸을 찾기 시작하는 아버지 '후지시마'. '가나코' 덕분에 왕따에서 벗어난 후 가나코를 운명의 여신쯤으로 생각하는 '나오토'. 피해자이며 가해자이기도 한 '가나코'가 있다. 참고로 이 책에 등장하는 인물 대부분은 변태, 또라이, 쓰레기 삼단콤보를 갖춘 대단한 놈들이다. 에블바디 미친놈들이다. 그중에서도 쓰레기 원탑인 아버지 후지시마의 변태 또라이력은 누구도 따라갈 수가 없다. 이놈이 저지른 짓은 그 자체만으로도 역겨운데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이놈의 뻔뻔함 때문에 더 역겨워진다. 이런 내용을 영화로 만들다니 '역시 일본'이란 생각이 들 정도로 막장에 기분이 더러워지는 글이었다.


03. 그것도 괜찮겠네.e - 이사카 고타로
'사신치바'로 유명한 이사카 고타로의 에세이다. 이 책을 산 이유는 첫째, 스노우캣의 그림이 마음에 들어서. 둘째, 추리소설을 쓰는 작가의 에세이는 어떤 느낌일지 궁금해서다. 짧은 에세이가 여러 편 묶여 있는 구성인데 캐릭터 확실하신 아버지 이야기가 제일 많기도 하고 제일 재밌기도 했다. 이런 소소한 일상을 묶은 에세이는 중요한 내용도 특별한 내용도 쓸만한 내용도 없다. 하지만 오히려 그 때문에 읽고 있으면 마음이 차분해진다. 일상을 기록한 에세이는 그래서 좋다.


*1월에 크레마 사운드를 사고 신나게 달리다가 5월에 급브레이크가 걸렸다. 회사 일이 늘어난 것도 있지만 6월에도 다섯 권 읽었으니 이북리더기의 약발이 떨어지고 다시 원래의 흐름으로 돌아오는 모양이다. 이북의 약발은 3개월이었습니다. 크레마 카르타 신형이 나왔던데 화질 빼곤 나아진 게 없어 보인다. 크레마 사운드는 신형이 나와도 화이트 컬러와 물리키는 변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 두 개가 마음에 들어서 화질 좋은 카르타를 포기하고 사운드를 선택한 거니까. 원래부터 이곳은 혼자 노는 블로그였지만 요즘은 더 심하게 혼자 노는 기분이다. 그래도 기죽지 않고 꿋꿋이 혼자 놀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