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창문 넘어 도망친 100세 노인.e - 요나스 요나손

자신의 100세 생일 파티가 열리던 날, 파티의 주인공 '알란'은 창문을 넘어 양로원을 탈출한다. 양로원 슬리퍼를 끌며 그가 처음 찾아간 곳은 터미널. 그곳에서 알란은 젊은 청년의 커다란 트렁크를 충동적으로 훔쳐 버스에 오른다. 한편에선 트렁크와 함께하는 알란의 여행기가 펼쳐지고 다른 한편에선 그의 파란만장했던 과거사가 상영된다. 억세게 운 좋은 사나이 알란은 위험한 순간을 차례차례 넘기며 100년 세계사의 산증인이 된다. 지난 100년 동안 세계적으로 중요한 사건엔 모두 알란이 있었다. 심지어 그는 북한에도 다녀왔다. 우리야 이미 타성에 젖어서 북한에 대해 별생각 없이 살고 있지만, 외국 입장에선 북한 때문에 남한까지 부정적인 이미지가 크다는 걸 느꼈다. 정작 한국인들은 분단국, 휴전국도 모자라 대통령 파면시키고 지금은 무정부 국가인데도 크게 신경을 안 쓰는데 말이지. 쿨한건지 힙한건지 아리송한 현실이다. 헬조선에서 살아가려면 어느 정도 무감각해져야 하는 건 맞지만, 꼭 신경 써야 하는 부분까지 무감각해지는 건 더 심각한 문제로 보인다. 각설하고 알란의 100세 인생 스토리는 화려했지만 너무 지나치게 운 좋은 인생이라 나중엔 좀 지겨워졌다.


02. 죽여 마땅한 사람들.e - 피터 스완슨
어린 시절부터 죽여 마땅한 사람을 소리소문 없이 죽여온 '릴리'는 우연히 공항에서 바람 난 아내를 죽이고 싶어 하는 '테드'를 만난다. 두 사람은 두 번째 만남에서 바람난 아내를 죽일 계획을 세우게 된다. 이 소설의 묘한 점은 이야기가 진행될수록 살인을 저지르는 릴리에게 감정이입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제목처럼 독자에게조차 피해자들은 죽여 마땅한 사람들로 인식된다. 릴리가 저지르는 살인은 너무나 당연한 것으로 느껴지며 나중엔 그녀가 경찰에 잡히지 않고 완전범죄에 성공하기를 바란다. 현실에서 내가 할 수 없는 일을 소설 속 릴리가 대신 해주기 때문에 대리만족을 느끼는 것이리라. 릴리는 절대 잡히지 않았으면 좋겠다. 유명세만큼 재밌지는 않았지만 한 번쯤 읽어볼 만 하다.


03. 식객 2부 1, 2, 3.e - 허영만
뭐 볼까 전자도서관 헤매다가 발견해서 한식 존좋!을 외치며 읽어 봤는데 중간중간 자연스레 베여 있는 여성비하 때문에 매우 짜증 났다. 요리 만화에서조차 여성비하를 느껴야 한다니 경악스럽다. 예전엔 몰랐으니까 그냥 넘어갔지만 한번 깨닫고 나니 이제 작은 것도 거슬린다. 덕분에 한국 남성 작가의 글을 읽기가 어려워졌다.


04. 야성의 부름.e - 잭 런던
미국 남부 밀러 판사의 집에서 편안한 삶을 누렸던 늑대개 '벅'이 혹독한 환경을 이겨내고 무리에서 당당히 대장 자리에 오르게 되는 이야기다. 이 소설은 제목과 책 표지의 야성적이며 강렬한 느낌이 본문에서도 그대로 이어진다. 인간에게 복종하며 안락한 삶을 살았던 벅은 언제 죽어도 이상하지 않은 척박한 환경에 적응해가며 점점 늑대개로서의 야생성에 눈을 뜨게 된다. 수없이 죽을 고비를 넘기며 날로 강하고 영리해지는 벅을 지켜보는 것만으로도 벅찬 무언가가 느껴져 좋았다. 벅을 보면서 다시 한번 느낀 건데 남자를 늑대에 비유하는 건 늑대의 명예를 위해서라도 없어져야 할 표현이다. 늑대가 인간 남자보다 훨씬 멋지고 믿음직스럽다. 민음사 '야성의 부름'엔 '불을 지피다'라는 단편도 함께 실려있다. 불을 지피다는 북극의 혹한 속에서 서서히 얼어 죽어가는 남자의 이야기다. 이미 감각 없는 손으로 성냥불을 켜려고 애쓰는 모습이 눈앞에 보일 것만 같아서 더 안타까웠다. 인간은 대자연 앞에서 너무나 나약하고 때때로 어리석다. 잭 런던 글은 처음 읽어보는데 문장이 생생하게 살아있는 느낌이 들어 좋았다. 오랜만에 마음에 드는 고전이어서 종이책도 사서 소장할 생각이다.


05. 탐정 클럽.e - 히가시노 게이고

또 히가시노 게이고 책이다. 이 작가님은 밥도 안 먹고 글만 쓰시는 건지 뭔 책이 이리 많을까. 읽어도 읽어도 끝이 없다. 어쨌든 탐정 클럽은 비밀 탐정격으로 정·재계 유명인사만이 은밀하게 고용하여 사건을 의뢰할 수 있다. 사건을 맡으면 정체불명의 남녀 한 쌍이 나와서 사건을 조사하고 수일 후에 결과를 보고하는 형식이다. 군더더기 없이 맡은 사건에만 최선을 다하는 탐정이라 돈 많으신 분들에겐 최적이란 생각이 든다. 총 다섯 편의 단편이 실려있는데 매번 같은 패턴이라 질리는 면이 있다. 나는 시간이 많다. 근데 볼 책이 없다. 이런 분들에게 빌려 보시는 것을 추천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