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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27. 20:43

지난 금요일 코디. 카이아크만 오버핏 코트, 화이트 반폴라 니트, 시장표 스웨이드 롱스커트, 두꺼운 검정 스타킹, 굽은 높지만 발은 편한 앵클힐, 가방은 올해 들어 열심히 메고 있는 구찌 디스코백. 이 코디의 포인트는 블링블링 목걸이인데 사진엔 안 보이니 아쉽다. 이렇게 입고 집을 나왔다가 예쁜 길냥이를 만나서 사진도 찍고 코디샷도 찍고 기분이 좋았는데 버스를 놓쳐서 1차 멘붕, 다음 차가 너무 멀리 있기에 다른 버스 탄다고 걸어가다가 원래 타려던 버스가 지나가서 2차 멘붕, 다른 버스 타고 내려서 갈아타야 하는데 갈아탈 버스가 그냥 가버려서 3차 멘붕, 결국 시간과 추위의 압박에 택시를 타고 출근했다. 운전 시작하고 처음으로 차 놓고 출근한 걸 후회한 날이었다. 운전 싫어하는 내가 운전 하는 게 더 나을 거란 생각을 하게 되는 날이 오다니. 출근과 추위의 콜라보가 이렇게 무섭다.

해리포터 책은 1권 읽다가 재미없어서 때려치웠고 영화는 제대로 본 적이 없다. 그래서 <신비한 동물 사전>이 과연 재밌을 것인가가 의문이었는데 생각보단 재밌었다. 무엇보다 아이들이 아닌 성인 마법사가 주인공이라는 점이 가장 큰 매력이었다. 아이들 보는 건 조카들만으로 충분합니다. 특히 그레이브스역의 콜린 퍼렐 엄청 멋지구요. 그레이브스가 크레덴스 붙잡고 중얼거릴 때마다 어휴~♥ 뉴트나 크레덴스는 쭈굴미, 억울미가 있어서 나름 귀여웠다. 영화 보고 나서 제일 부러웠던 건 뚱보 제이콥. 처음에 봤을 땐 저 아저씨 감히 한니발한테 코 푼 휴지 내밀던 그 rude한 환자인데! 이랬는데 점점 제이콥에게 빙의하고 있는 나를 발견하게 된다. 그의 말대로 꿈에서조차 상상 못 하는 것들을 실제로 보고 체험까지 했으니 어찌 부럽지 않을쏘냐. 난 그의 기억이 지워지지 않았다는데 한 표 던지고 싶다. 무매력 여주와 가정폭력범이 오점이긴 했는데 시리즈의 시작이라고 생각하면 괜찮은 편이 아닌가 싶다. 적어도 얼마 전에 본 <닥터 스트레인지>보단 훨씬 낫다. 근데 이 영화가 5편까진가 시리즈로 나온다던데 폭력범이 계속 나온다는 소리가 있더라. 그 멋진 콜린 퍼렐을 두고 도대체 왜!!! 동물들하고 뉴트 때문에 계속 보고 싶은데 폭력범이 너무 거슬린다. 비쥬얼이나 어떻게 하던가 그게 뭐야. 이상해.

알라딘에서 굿즈도 모자라 커피 장사까지 시작했다. 3천 원 할인 쿠폰이 있어서 책 주문할 때 만델링 프리미엄 핸드드립용으로 사봤다. 커피 때문인지 평소보다 배송은 늦었는데 상자 열자마자 커피 향이 솔솔~ 먼지만 쌓이던 핸드드립 도구를 꺼내서 닦고 커피를 담고 물을 부었더니 원두가 얼마나 신선한지 확 부풀어 오른다. 그동안 인터넷이나 커피 매장에서 산 원두에선 볼 수 없었던 신선함이었다. 진한 커피는 싫어해서 물을 많이 섞어서 먹으니 맛있었다. 내 방 밑에 카페가 생기기 전까지 종종 원두를 사서 핸드드립으로 내려 먹었었는데 그때 먹은 건 다 쓰레기 원두였던 모양이다. 알라딘 카페에서 커피 시키면 주는 쿠키도 맛있다던데 카페와 함께 있는 알라딘 중고서점에 가보고 싶다.

몇 주 전에 로또 오천 원 당첨된 거 지난주에 수동 3개, 자동 2개로 바꿨는데 5만 원 당첨됐다. 오천 원은 종종 되는데 5만 원은 처음 있는 일이다. 어플로 QR코드 찍는데 처음 듣는 멜로디가 나오더니 4등! 두 개만 더 맞았으면 좋았을 텐데란 생각도 들었지만 오만 원이 어딘가요. 땅 파도 오만 원 안 나와요. 오천 원은 다시 로또로 바꾸고 나머지는 현금으로 받아서 저녁에 치킨 시켜먹었다. 나는 확실히 자동보단 수동이 확률이 높은듯하니 꾸준히 수동, 자동 섞어서 사봐야겠다. 만약에 1등이 된다면 내가 꿈꾸던 고양이와 책과 따듯한 집이 있는 일상을 누릴 수 있을 텐데 아아~ 상상만 해도 행복하다.

러쉬에서 산타베이비 립틴트를 샀다. 오프매장에 갔더니 산타베이비만 재고가 없어서 결국 온라인 스토어에서 주문했는데 다행히 무료배송에 비누까지 서비스로 보내줘서 좋았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만 나오는 제품이고 처음엔 단지형으로 나오다가 인기가 많았는지 돌려쓰는 제품으로도 나온다고 한다. 레드와 오렌지가 7:3 정도로 섞인 느낌인데 핑크 베이스도 안 어울리고 쨍한 레드도 별로인 나한텐 딱 좋은 색감이다. 질감은 매트하고 단단해서 발림성은 별로지만 발색도 잘 되고 지속력도 길다. 메이크업 안 하고 이것만 살짝 발라도 자연스럽고 메이크업 했을 땐 여러 번 바른 다음에 색 없는 립밤 덧 발라주면 메이크업 완성. 향은 콜라향이라는데 바르면 금방 사라진다. 언제부턴가 입술 색이 사라져버린 나는 온갖 립 제품을 사들이고 있는데 마음에 드는 색을 찾기가 하늘의 별 따기다. 이 제품은 처음 보자마자 뭔가 끌리더니 실제로 써보니 더 마음에 들어서 눈물이 ㅠㅠ 내년 겨울까지 버티려면 한두 개 더 사야 할까 싶다.

11월 11일 오후에 알리익스프레스에서 시험 삼아 주문한 조카 옷을 22일에 받았다. 주말 껴서 11일 만에 받은 건데 생각보다 빨라서 놀라웠다. 판매자가 등급도 높고 후기도 좋더니만 역시 이유가 있었네. 옷 상태도 좋고 질도 좋고 실밥 처리만 좀 해주면 될 것 같다. 다른 판매자한테서 산 것도 하나 더 있는데 이건 언제 오려나. 알리는 급하게 필요하지 않고 비싸지 않은 물건 살 땐 좋은 것 같다. 배송 기간은 판매자에 따라 복불복이지만 주문과 결제가 너무나 쉽다는 게 엄청난 장점이다. 다음엔 휴대폰 케이스랑 작은 인형 종류를 사봐겠다.



금요일 출근길에 만난 예쁜 길냥이. 처음 보는 인간이 자꾸 다가가서 기분이 언짢으시다. 처음엔 똑바로 앉아 있었는데 내가 다가가니까 몸도 옆으로 돌리고 마징가 귀에 곁눈질까지 하신다. 단추 못 잠근 턱시도와 흰 양말이 매력 포인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