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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11. 14. 20:26

<질투의 화신>이 24부로 막을 내렸다. 단순한 웃기기만 한 로맨틱 코미디를 예상했던 내 비루한 상상력을 과감히 깨부순 드라마, 여성의 여성을 위한 여성에 의한 신개념 드라마로 기억될 것 같다. 여주의 헤어와 의상은 마지막까지 에러였지만 (치렁한 머리 좀 묶고 거렁뱅이 같은 옷 좀 갖다 버리라고) 그것만 빼면 완벽하다. 마지막 결혼식 축가 장면은 지금까지 봐온 모든 결혼식 장면 중에서 단연 최고였다. 역시 뮤지컬 배우 출신들은 달라도 뭔가 다르더라. 방송국 식구들만 모아서 시트콤으로 방송해주면 정말 재밌을 것 같은데 그 배우들 몸값이 어마어마해서 어렵겠지요.

다음 메일 불편하다. 카카오로 넘어간 뒤로 다음은 업그레이드가 아니라 다운그레이드가 된 것 같다. 잡스가 사라진 애플과 비슷하다. 뭔가 열심히 바꾸긴 하는데 더 조잡하고 불편하다는 게 공통점이다. 군더더기 없이 한눈에 들어오는 직관적인 디자인 구현이 어려운건지, 만들기 싫은건지 뭔지. 너희들 마음을 나는 모르겠다. 나는 구버전이 이용 가능한 시간까지는 구버전을 쓰련다. 애플 얘기가 나왔으니 말인데 요즘 애플 계정이 잘 털리는 거 같아서 예방 차원으로 비번 어렵게 바꾸고 2단계 인증도 신청했다. 적용되려면 3일 걸린다고 하네. 좀 귀찮아도 안전한 게 낫다.

알라딘에서 <이갈리아의 딸들> 특별 한정판 판매! 이갈리아의 딸들 분명 구판을 전에 사둔 거 같은데 알라딘 구매 목록을 뒤져봐도 안 나와서 우선 나도 한 권 주문했다. 샀던 책 또 사는 게 하루 이틀 일도 아니고, 두 권이면 한 권은 선물하면 될 일이고. 사은품은 마테가 탐났는데 더 살만한 책이 없어서 이번 사은품은 과감히 포기했다. 책은 지난주에 받았는데 표지가 화면보다 훨씬 더 예뻐서 좋았다. 주 소비층을 제대로 파악하고 그에 맞는 귀신같은 마케팅으로 지갑을 터는 알라딘. 매번 털린다고 투덜대지만, 책도 남고 예쁜 사은품도 남으니 알라딘은 미워할 수가 없다.

오래 잡고 있었던 하루키 <언더그라운드>와 <약속된 장소에서>를 다 읽었다. 옴진리교 지하철 사린 사건 피해자와 과거 옴진리교 신자의 인터뷰가 실린 책인데 읽기 괴롭기도 했고 흥미롭기도 했다. 나는 종교나 미신에 빠져드는 것 자체를 이해 못 하는 사람인지라 과거 옴진리교 신자들의 인터뷰가 상당히 흥미로웠다. 각자 나름의 독특한 정신세계가 있고 옴진리교에 빠져든 이유가 있었는데 그들의 믿음 자체가 잘못된 것이라고 생각하진 않는다. 다만 그 믿음을 타인에게 강요한다든가 범죄에 악용하는 등 타인에게 피해를 주게 된다면 그건 잘못된 것이라 생각한다. 따로 독후감을 쓰고 싶은데 올해가 가기 전에 가능할지 모르겠다. 이번에도 느꼈지만 하루키 책은 소설 빼곤 다 재밌다. <이갈리아의 딸들>도 읽기 시작했는데 설정 자체가 감탄스럽다. 내가 태어나기도 전에 나온 소설이 나보다 더 깨어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국민연금도 해 먹었구나. 나라에 돈이 없는 게 아니라 도둑놈이 너무 많은 거라더니 딱 그거네. 세금 걷은 거 엉뚱한데 안 쓰고 제대로 썼으면 충분히 복지를 하고도 남았을 텐데 지들끼리 뒷주머니 차기 바쁘니 국민한테 줄 돈이 있나. 매달 꼬박꼬박 세금 내는 월급쟁이들을 비롯한 국민들만 불쌍하지. 내가 그동안 낸 국민연금만 해도 이천이 넘는구만. 국민연금은 납부 기간이 10년이 넘은 경우 납부자 본인이 사망해도 전액을 돌려주지 않고 평균 월 소득의 4배 or 마지막 월 소득의 4배 중 큰 금액만 주고 나머지는 꿀꺽이라고 한다. 오랫동안 꾸준히 납부한 사람만 호구가 되어 돈을 날리는 웃기지도 않는 시스템이다. 지금 2~30대가 국민연금을 받을 때쯤엔 연금이 바닥나서 못 받을 예정이고. 국가가 국민한테 강제로 삥 뜯어서 지들 맘대로 엉뚱한데 투자하고 나눠갖고 개늠자식들. 뭔 놈의 나라가 이 지랄인지.

11월에 들어서자마자 11번가가 내일이 없을 것처럼 세일을 해서 몇 번이나 털리고 11월 11일은 중국 블랙프라이데이라는 소리에 처음 알리 익스프레스에서 조카 옷을 주문했는데 하루도 안 돼서 배송 시작했다고 메일 왔다. 2주 정도는 기다려야 한다니 잊고 있으면 언젠간 받겠지. 부디 어딘가에서 미아가 되지 않기만을 바란다. 면세 살 기회가 있어서 잔뜩 질렀다가 꼭 필요한 것들이 아니어서 취소했다. 사고 싶지만 안 사면 100% 세일이니까 참아야지. 대신 5,900원에 10kg 귤 한박스 샀다. 히히. 먹는 게 남는 거죠. 다음 달에 결혼하는 지인 선물도 사주기로 했는데 물욕은 끝이 없고 카드값만 쌓이는 11월이다. 인생 뭐 있나, 요즘 세상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자면 복세편살을 넘어서 복세막살을 하고 싶은 심정이다.

눈썹 수정칼 칼 부분에 플라스틱으로 덮개가 있는데 안 보고 덮개를 빼다가 그대로 손가락을 베였다. 황당한 부상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