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octor Strange, 2016

2016. 10. 26. 22:26



*스포 없음* 오로지 매즈를 보겠다는 일념 하나로 평일 퇴근 후 동네 영화관으로 향했다. 요즘 팬심으로 나를 움직이는 건 매즈가 유일하다. 영화 시작부터 조짐이 별로더니만 결론적으론 지금까지 본 마블 영화 중에 가장 별로인 영화가 됐다. 하필 매즈가 나온 영화가 이 모양이라니. 지금까지 봐온 마블 영화와는 카테고리 자체가 다르단 느낌도 들고 마블 영화라기엔 굉장히 심심하다. '가오갤'은 카테고리는 달랐지만 마블 영화란 느낌이 확 들었는데 이 영화는 아니다. 아마도 그 원인은 주·조연, 히어로·빌런 할 것 없이 모든 캐릭터가 매력이 없다는 데 있는듯 하다. 가장 매력적인 게 닥터의 망토였을 지경. 스토리도 너무나 단순하고 화려한 그래픽 빼고는 마음에 드는 게 하나도 없고요. 헐리웃이 그리는 동양의 모습은 내가 어릴 때나 지금이나 한치의 발전도 없어 보인다. 사찰 수행과 지저분한 시장 골목이 동양의 전부입니까?? 망할 오리엔탈리즘. 닥터 캐스팅은 보고 난 다음에도 여전히 마음에 안 들고 빌런도 어쩜 그리 무매력인지. 매우 아쉽다.

매즈를 보러 간 영화니까 매즈 얘기를 해야지. 촬영 사진에서 환공포증을 불러일으켰던 눈 분장은 영상으로 보니 그다지 징그럽지 않았다. 그 눈을 하고도 잘생김은 숨겨지지 않았음. 걱정했던 비쥬얼은 기대 이상이었는데 케실리우스 자체가 매력이 없어서 눈물이 ㅠㅠ 매즈가 어떻게든 연기로 커버해보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보였지만 케실리우스는 그의 연기력으로도 커버 불가능한 무매력 빌런이었다. 연기, 외모, 액션 다 되는 배우를 데려다가 저런 일회성 무매력 빌런으로 소모하다니요. 마블 나빠요. 왜 헐리웃에서 매즈 이미지가 악역으로 굳어지고 있는지 모르겠지만 같은 악역이라도 '007 카지노 로얄'의 르쉬프정도는 되야 매력적인 악역이란 소릴 듣지. 케실리우스는 이도 저도 아니고 실망스럽다.

매즈 액션씬 나올 때마다 '매저씨 몸 쓰는 장면 많아서 신나게 촬영했겠구나' 싶어서 웃겼다. 어쩜 그리 잘 뛰어다니시는지. 매저씨가 촬영이라도 즐겁게 했다면 그나마 다행이란 생각도 들고. 매즈가 체조, 무용, 댄스로 다져진 몸이라 몸 쓰는 게 남다르고 선도 예쁜데 이 영화에선 손동작이 많아서 좋았다. 두 손으로 이케이케해서 무기 만드는 거 너무 좋더라. 대사 칠 때 목소리랑 발음도 좋았고. 특히 ㄹㅇㅇ 발음 넘 좋더라. 실망스럽다면서도 어떻게든 팬질할 거리를 찾아내는 간절한 덕후의 마음이라니. 매저씨는 그냥 북유럽에서 좋은 영화 많이 찍어줬으면 좋겠다. 헐리웃에선 매저씨의 연기력이 아깝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가 매즈를 처음으로 영화관에서 본 영화다. 12월 로그원으로 영화관에서 또 만나요. 매저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