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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 8. 20. 22:29



조조 보러 가는 길에 있던 흰 벽과 잘 어울리는 초록 담쟁이덩굴 한 컷. 토요일 아침, 귀찮음을 물리치고 재밌다고 소문이 자자한 <스타트렉 비욘드> 보고 왔다. 초반 이후엔 내내 휘몰아치는 스토리라서 눈을 뗄 수가 없었다. 이번 스타트렉은 더 대중적이고 둥글둥글하고 전편들을 안 본 사람도 쉽고 재밌게 볼 수 있을 것 같단 생각을 했다. 흔히 클리셰라고들 하는 뻔함이 많이 보이지만 난 그 뻔함이 좋았다. 복잡한 세상, 보고 나서 해석이 필요한 영화보단 권선징악, 인과응보로 끝나는 이런 단순한 영화가 더 땡긴다. 비록 나는 동네 작은 영화관에서 봤지만 우주 배경이라서 아맥으로 봐도 좋을 거 같고 음악이 좋아서 아트모스 관에서 봐도 좋을 거 같다. 다크니스에 커크&스팍 콤비가 있었다면 비욘드엔 본즈&스팍이 있었다. 본즈는 오만 데 불려 다니며 치료는 기본, 우주선 운전에 급하면 싸움도 하고 진정한 능력자다. 투덜거리면서도 시키면 또 다 잘해서 너무 귀엽고 든든하다. 그리고 전편들보다 대원들 캐릭터가 생생하게 살아 있는 점도 좋았다.

둥그런 보도블록과 사이사이 자란 잔디가 예뻐서 또 한 컷 (feat. 파랑덕후의 깔맞춤 의상) 오늘 하루는 아침에 조조 보고 다이소에 들렀다가 집에 와서 맛있게 익은 열무김치로 김치말이 국수 해서 아점으로 호로록 흡입. 머리 벗겨질 것 같은 햇살에 침대 커버, 매트, 이불 싹 빨아서 옥상에 널어놓고 프랑스 가정 요리를 만날 수 있는 에세이를 읽다가 1층 카페에서 배달해 준 자바칩 스무디 먹고 책마저 다 읽고 낮잠에서 깬 조카 2호와 뒹굴뒹굴하다가 저녁 먹고 어제 장에 가서 사 온 과일 배터지게 먹고 일주일에 한 번 때수건으로 하는 목욕재계를 하고 지금은 선풍기 틀고 영상 보면서 블로그에 글 쓰고 있다. 이렇게 방 깨끗하게 치우고 몸도 깨끗하게 씻고 맛있는 밥 먹고 재밌는 영상이나 책 보면서 쉬다가 햇빛 냄새나는 이불 덮고 자는 거 = 내가 제일 좋아하는 일상의 행복이다. 사는 것도 행복이란 것도 정말 별거 없다.

바라띠 앤 밀라노 초콜릿. 작은어머니가 이탈리아 여행가셨다가 사다 주셨다. 매년 해외로 여행 가시는데 그 여행지가 이집트, 남미, 유럽 이런 곳이라 주변국 밖에 가본 적 없는 나는 너무 부러울 뿐이다. 초콜릿은 카카오 70%는 맛있는데 88%는 쓴맛이 좀 강하다. 못 먹을 정도는 아닌데 맛있다고는 말 못할 정도? 검은색 포장지는 안에 초콜릿 시럽이 들어있는데 이게 제일 맛있다. 근데 솔직히 아이허브에서 산 인데인저드 스피시즈 초콜릿과 크게 다른 건 모르겠다.

사노 요코 <사는 게 뭐라고>를 읽었는데 겨울연가를 시작으로 나오는 한류 이야기는 몇 년간 내가 읽은 글 중에서 제일 웃겼다. 이 책은 너무 웃겨서 옮겨두고 싶은 문장이 많으니 꼭 단독 독후감을 써야겠다. 직설과 독설 사이를 절묘하게 오가는 글솜씨도 감탄스러웠고 뒤로 갈수록 옛날 사람이긴 하네 싶은 글이 많았지만, 전체적으로 유쾌한 글이었다.

프랑스 자수를 해볼까 싶었는데 장바구니에 재료 담다가 지쳐서 주문도 안 했다. 하하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