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암, 상주 은모래 해변, 가천 다랭이 마을, 독일 마을, 삼천포 대교로 마무리되는 무박 남해 여행을 다녀왔다. 전날 밤 11시 30분 서울에서 출발한 버스는 다음날 새벽 5시가 다 되어서 보리암이 있는 금산에 도착했다. 안 그래도 좁은 버스라 불편한데 자리 뽑기 운도 없어서 발 놓는 곳이 막혀 있는 자리에 당첨. 내내 다리도 못 펴고 구겨져 있던 터라 밖에 나올 수 있는 것만으로도 기뻤다. 관광버스에 내려서 미니버스를 타고 한참을 올라갔는데도 또 걸어서 한참을 올라가서야 보리암에 닿을 수 있었다. 새벽 5시에 급경사로 등산이라니 생전 처음 하는 경험이었는데 도착하고 보니 더 일찍 와서 기도하고 계신 불자분들도 계셨다. 산중에 은은하게 울려 퍼지는 염불 소리가 새벽 절의 고즈넉함과 어우러져 마음을 편안하게 해줬다. 날이 흐려 붉게 떠오르는 해는 못 봤지만 일정 중에선 보리암이 제일 기억에 남는다.

다음 일정은 상주 은모래 해변. 이곳에서 각자 아침을 해결해야 했는데 마땅히 먹을 식당도 없고 해서 편의점에서 라면과 삼각김밥으로 때웠다. 해변도 잠깐 다녀왔는데 모래가 굉장히 곱고 물도 맑았지만, 너무 더워서 다음 일정까지 벤치에 앉아서 쉬었다. 다음 일정은 계단식 논이 있는 가천 다랭이 마을이었는데 여기서도 더위 때문에 전망대 쪽에서 전경 한장만 찍고 벤치에 앉아 쉬었다. 아! 슈퍼에서 고양이를 만나서 쓰다듬하고 사진도 찍었다. 냥냥 거리며 계속 말하던데 귀여웠다. 다음으론 독일 마을에 갔는데 원래 살던 독일 사람들이 한국 사람들의 오지랖에 못 견뎌서 마을을 떠났단 설명을 듣고 충분히 그럴만 하단 생각을 했다. 같은 한국인인 나도 진저리치게 싫은게 오지랖인데 개인성향 강한 외국인들은 오죽할까. 마을은 예뻤는데 진짜 너무 더워서 사진 몇장 찍고 카페에서 망고 빙수 먹고 쉬었다. 마지막으로 삼천포 대교를 보고 일정 마무리. 보리암 이후의 일정은 그야말로 더위와의 싸움이었다. 어쩜 그리 더운지. 진짜 이렇게 더울거면 망고라도 나던가.

이번 여행으로 얻은 건 삼천포에서 만들었다고 해서 샀는데 재료는 중국산이었던 쥐포 한봉지와 한여름 버스 여행은 절대 가지 말자란 크나큰 교훈이다. 디카 가져가기 귀찮아서 아이폰으로 사진 찍었는데 디카만은 못하지만 봐줄만 하네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