젊은 세대의 만혼과 결혼하지 않는 독신자들 때문에 1인 가구가 늘고, 인구가 줄고 있다는 단순하다 못해 원시적이기까지 한 주장을 늘어놓는 이들이 있다. 과연 저 두 가지 원인으로 인해 1인 가구가 증가하고 있는 것일까? 실상은 그리 단순하지 않다. 저자는 객관적, 통계적인 자료를 바탕으로 왜 우리 사회에 1인 가구가 늘고 있는지를 먼저 살핀 후, 진정한 홀로서기에 관해 사회학적 시각으로 접근한다.

우리의 인생에서 가장 큰 변화가 오는 시기는 성인이 된 후 새로운 가족을 이루는 때일 것이다. 개인과 개인이 만나 결혼을 거쳐 4인 가구를 이룰 수도 있고, 독신을 선택해 1인 가구로 살 수도 있다. 다만, 이 선택은 유동적이며 각기 다른 장단점이 있다. 모든 결혼이 행복을 보장하지는 않으며 모든 솔로가 화려하진 않다. 선택에 따른 결과에 덜 후회하기 위해선 자신이 어떤 삶을 원하는지 제대로 아는 것이 최우선 과제일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나'를 제대로 알 필요성이 있다.


고대 그리스 철학자 아리스토텔레스는 '인간은 사회적 동물이다.'라고 말했다. 21세기에도 인간은 여전히 사회적 동물이고 인간이란 종족이 생존하는 동안엔 계속 그러할 것이다. 자발적이든 강제적이든 인간은 사회의 테두리 안에서 여러 역할과 관계를 유지하며 평생을 살아갈 수밖에 없다. '개인'보다 '집단'을 우선하고 '수평'이 아닌 '수직' 관계를 유지하는 한국 사회에서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고 진정한 나를 찾는 것은 어려운 일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생계를 해결하다 보면 나를 들여다보는 일 따위는 떠올리지도 못할뿐더러 어쩔땐 사치로까지 느껴진다.


요즘 우리나라는 천민자본주의의 밑바닥까지 다다른듯하다. 어디서부터 손을 대야 할지도 모르겠고 대충 겉만 고치는 데 급급할 뿐 제대로 손을 댈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다. 기본적인 생계조차 보장되지 않고 최소한의 사회적 안전망조차 없는 나라에 살면서 나만의 공간과 시간인 '치타델레'를 꿈꾸라는 건 허황한 말처럼 들릴 수도 있다. 하지만 이런 어려운 상황일수록 '내'가 '개인'이 강해져야 한다. 타인에게 휘둘리지 않는 자기밀도가 높은 사람, 즉 비관적 현실주의자(김영하 작가가 말했던)가 될 필요성이 있다. 여기에 하나 더 덧붙이자면 지나치지 않은 개인주의도 필요하다. 다른 무엇보다 중요한 건 나 자신이고 그런 나 자신을 지킬 수 있는 사람 또한 나 자신뿐임을 잊지 말자. 타인은 결코 내가 될 수 없다.

혼자 사는 사람뿐만 아니라 이 시대를 사는 모든 사람을 위한 책이었다.


가족애를 이타주의와 동일시하는 견해를 지닌 사람의 눈에는, 표준 가족에서 벗어난 1인 가구의 증가 현상은 사회를 정상적으로 만들어주는 이타주의에서 벗어나는 몰락의 시나리오로 보일 것이다. 하지만 혼자 살기의 증가에 대해 미리 비극적 시나리오를 떠올리며 걱정할 필요는 없다. 혼자 살기 그 자체는 그냥 계속 증가하고있는 보편적인 사회 현상일 뿐이다. - P.52

수행해야만 하는, 그것도 성공적으로 수행해야만 하는 역할의 숫자가 늘어날수록 자아의 고유성은 설 땅이 없어진다. 아니, 단 하나의 역할만 추가되어도 그러하다. 좋은 아빠와 자상한 남편, 능력 있는 직장인이 되는 것이나, 자애로운 엄마와 따뜻한 아내 그리고 커리어 우먼이 동시에 되어야 하는 것이나 어렵기는 매한가지다. 그러다가 어느 날 잊고 있던 자기에 대한 질문을 불쑥 던질때는 이미 갱년기이다. 역할밀도가 높은 삶을 살았을수록, 그리고 자기밀도가 허약한 사람이었을수록, 갱년기에 찾아온 질문은 혹독하고 그만큼 고통도 오래간다. 겪어본 사람은 안다. 갱년기의 질문과 비교할 때 사춘기의 고민은 그저 연습문제에 불과했음을. - P.94~95

1인용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은 4인용 테이블에 앉아 있는 사람에게 "왜 결혼하셨어요?"를 묻지 않는데 그 반대 경우는 언제든 허용된다. 4인용 테이블 사람은 특권이라도 지닌 것처럼, 그리고 마치 자신은 세상에서 가장 행복한 가정을 꾸리고 있기라도 하는 양 천연덕스럽게 묻는다. 왜 혼자 사느냐고. 1인용 테이블과 4인용 테이블 사이에는 개인 간 능력의 격차도 성실성과 책임감의 차이도 없지만, 양적다수를 차지했다고 믿고 있는 사람들은 상대방을 존중하기 위해서 지켜야 하는 궁금증 억제의 법칙을 쉽사리 잊어버린다. - P.106

외로움의 명약은 외로움이다. 가장 큰 '혼자'로 살 수 있을 때 혼자인 자신에게 성실할 수 있다. '괜찮은 혼자'가, '성숙한 혼자'가 세상을 든든히 받친다. 고립되거나 고독한 개별자가 아니라 권능과 개성의 원천으로서의 혼자라는 것은 성숙을 위해 누구나 불가피하게 거처야 하는 통과의례이다. - P.160

분명 기질상의 차이는 있다. 어떤 사람은 혼자 있는 것을 좋아하는 내성적 기질을 갖고 있다. 반면 어떤 사람은 함께 하는 것을 좋아한다. 하지만 개인 성격상 내성적 기질이 강한지 약한지와는 상관없이, 관계밀도의 과잉으로 고통을 받고 있는 사람이 그것을 치유할 수 있는 방법은 상대적으로 높은 자기밀도가 가능한 내향적 세계 속에서 찾을 수 있다. 내향적 세계는 반드시 기질상 내성적인 사람들이 모여 있는 장소는 아니다. - P.181

왕따가 타인들이 관계를 악용하여 만든 희생자라면, 히키코모리는 타인과의 관계성을 자신의 은둔을 위해서 써먹고 착취하는 사람이다. 우리가 생각하는 '혼자 사는 것'은 관계의 희생양이 되는 것과는 관계가 없으며, 관계의 착취자가 되는 것과도 거리가 멀다. '혼자라는 것'은 자율적이 된다는 뜻이다.  - P.181

모든 사람은 집단에 소속되려는 욕구만큼이나 개체가 되려는 욕구 또한 갖고 있다. 단독인의 사회란 달리 말하면, 모두가 혼자 살라고 선동하는 사회가 아니라 서로를 통합하는 힘과 개체가 되려는 힘이 균형을 이루는 사회, 개체가 되려는 힘을 갖고 싶어 하는 개인이 가족 환경이나, 집단의 소속 여부와 상관없이 자기 뜻을 실현할 수 있는 사회를 의미한다. - P.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