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딴방 - 신경숙

2015. 8. 27. 21:16



밀린 독후감을 건너뛸까도 싶었지만, 나와의 약속을 어기는 기분이라 진도가 늦더라도 하나씩 쓰기로 했다. 신경숙 작가의 초기작은 여러모로 상당한 수준이었다는 걸 이 소설을 읽으며 다시금 확인하게 됐다. 취향의 차이로 <깊은 슬픔>의 문장들을 더 좋아할 뿐이지 <외딴방> 또한 잘 쓴 문장임엔 분명하다. 소설을 읽은 지 석 달이 지난 지금, 많은 부분이 잊혔다. 다만, 끝없이 이어지는 우울함 속에서도 따스했던 가족애만큼은 기억에 남아있다.

<깊은 슬픔>은 처음 읽었을 때 느꼈던 감정들이 너무나 소중하여 다시 읽기가 망설여지는 소설 중의 하나다. 정확히 언제인지 집어낼 수는 없지만, 중학교 혹은 고등학교 시절 학교 도서관에서 빌려 읽은 이 소설 덕분에 꽤 오랜 시간 신경숙 작가에게 호감을 품었었다. 이후로 읽었던 글이 모두 별로여서 호감은 실망으로 옮겨 가게 되지만 <깊은 슬픔>만은 여전히 소중한 글로 남아있다.

몇 달 전 신경숙 작가 표절 사건이 크게 터졌었다. 사실, 표절 이야기는 오래전부터 나왔던 터라 놀랄 건 없었는데 이에 대처하는 문학계의 모습이 매우 실망스러웠다. 유유상종, 혹시나 했으나 역시나 였다. 신경숙 작가의 글에 흥미가 떨어진 것도 오랜 일이고 이번 일을 계기로 망설임 없이 독서목록에서 제외할 수 있게 됐다.

녹록지 않은 현실에 치이다 보니 현실도피 격으로 집어 든 책 속에서 현실보다 더 우울한 삶을 만나게 되는 건 반갑지 않은 일이 되었다. 소설 속 우리네 삶은 왜 이토록 우울한 것일까? 한국 소설을 읽을 때마다 드는 생각이다. 아무리 문학이 시대상을 반영한다고 해도 이건 좀 지나치다. 특정 작가나 글의 문제가 아니라 한국 문학 전반에 깔린 그 우울함이 이젠 무겁고 지겹고 질린다. <외딴방>과 <난장이가 쏘아올린 작은 공>을 연달아 읽자니 내 몸과 마음 모두 저 밑바닥까지 가라앉은 기분이 들어서 괴로웠다. 넘쳐나는 우울함에 공감할 순 있지만 더는 좋아할 수 없을 것 같다.


시골에선 자연이 상처였지만 도시에선 사람이 상처였다는 게 내가 만난 도시의 첫인상이다. 자연에 금지구역이 많았듯이 도시엔 사람 사이에 금지구역이 많았다. 우리를 업수이 여기는 사람, 다가가기가 겁나는 사람, 만나면 독이 되는 사람…… 그러나 그리운 사람 - P.1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