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가시노 게이고는 특별히 좋아하지도 싫어하지도 않는 작가다. 많은 일본 작가들이 다작을 하는데 그중에서도 히가시노 게이고는 밥만 먹고 책만 쓰는 게 아닌가 싶을 정도로 신간 발행주기가 짧은 편이다. 그렇다 보니 그의 팬이 아니고서야 쉴 틈 없이 발간되는 신간을 챙겨보는 건 어려운 일이다. 내 돈 주고 사서 읽기엔 아깝고 어딘가로 빌리러 가기엔 좀 귀찮고 가까운 누군가가 빌려준다면 흔쾌히 읽을만한 작가다. 이 책은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신 카페 사장님께 빌려 읽었다.

인생에서 가장 행복해야 할 결혼식장에서 독살을 당한 베스트셀러 작가와 그를 죽였다고 주장하는 세 명의 용의자가 있다. 용의자 세 명 모두 살해 동기가 있으며 그들이 들려주는 알리바이도 모두 그럴싸하다. 독자는 가가 형사와 함께 소설이 끝날 때까지 단 한 명의 진범을 가려내야 한다. 나도 읽기 전엔 범인을 맞출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작가가 주는 힌트를 알아채는 것이 생각만큼 쉽지 않았다. 안내서를 읽고 나서도 알 수 없어서 결국 인터넷 검색으로 범인을 알아냈으니 추리 소설을 읽을 줄만 알지 추리엔 영 소질이 없는 게 분명하다. 꾸준한 암시가 있는 것이 아니라 단 한 문장에 범인이 판가름나는 것이어서 더 알기 어려웠다고 변명 아닌 변명을 해본다.

히가시노 게이고의 팬이 아니라면 사 읽기엔 아깝고 빌려 읽기에는 딱 좋다.


"다른 사람들은 무슨 말인지 전혀 알지 못할 겁니다. 하지만 단 한 사람, 지금 내가 한 말의 의미를 알아들은 사람이 있을 거예요. 그리고 내 말을 알아들은 그 사람이 바로 호다카 씨를 살해한 범인이에요." 가가는 말했다. "범인은 당신입니다." - P.372~37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