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이는 노예 용병으로 전쟁에 참여했다가 이런저런 고생 끝에 새로운 동료를 만나지만, 그마저도 일이 꼬이게 된다. 라이가 묵향일 것 같다는 불길한 예감은 역시 틀리지 않았다. 아직 기억이 없는 상태이다 보니 가끔 무의식적으로 폭주할 때 말고는 묵향의 제대로 된 힘이 발휘되진 못하고 있다. 이야기가 더 진행되면 힘과 기억을 자연스럽게 찾게 되겠지만, 아직까진 라이가 비실거리는 햇병아리 같아서 매력이 없다. 읽다 보면 2부의 다크처럼 좋아지긴 할는지 모르겠다. 다른 이야기 축인 아르티어스와 브로마네스도 계속 나오고 있는데 이 능구렁이 같은 드래곤들은 마치 개그 콤비를 보는듯해서 나름 재미있다. 걱정스럽던 4부도 이야기 축이 어느 정도 잡힌 것 같고 이 기세로 신간 나오는 기간만 줄이면 좋겠다.

리뷰를 쓰기 전 그동안 블로그에 올렸던 묵향 리뷰를 검색하여 다시 읽어봤다. 갈수록 내용에 대한 이야기보단 불평불만이 더 많았다. 그동안 읽어온 것이 아까워서 놓지 못하고 있지만, 하루빨리 완결을 내줬으면 좋겠단 생각을 한다. 그 이유가 오기가 됐던 뭐가 됐던 10년 넘게 출간될 때마다 책을 사 읽는 독자들을 위해서라도 완결은 꼭 필요하다. 왜 이렇게 매번 책이 늦어지고 완결이 미뤄지는지 궁금해서 검색까지 해봤는데 원래는 3부까지 기획되어 있던 묵향이 여러 사정으로 4부까지 이어지게 되고 그에 따라 작가 자신도 부담감을 느껴서 수습을 못 하는 것 같다는 글이 가장 그럴듯했다. 인기 드라마가 무리한 연장으로 오히려 시청률이 하락하는 것과 똑같은 상황이다. 묵향의 하락세는 이미 오랜 일이지만 1부는 엄청났었고 2부까지도 괜찮았던 작품이 서서히 망가져 가는 모습을 지켜보는 건 씁쓸한 일이다. 이젠 인터넷에 텍본까지 돌아다니고 있던데 저작권 관리도 제대로 안 되는 것 같아서 더 안타까운 마음이다.


브로마네스는 피와 땀으로 얼룩진 자신의 얼굴과 머리카락을 손바닥으로 한 번 쓱 훑었다. 그와 동시에 드러나는 뽀송뽀송한 피부. 그 위로 찰랑거리는 길고 아름다운 금발이 부드럽게 흘러 내린다. 아르티어스에게 자랑을 했으니 더 이상 더러운 모습을 유지하고 있을 필요가 없었기에 청결 마법을 사용한 것이다. "자, 일단 시원한 맥주나 한잔하러 가야겠군. 이렇게 더운 날씨에는 지하실에서 갓 꺼낸 차가운 맥주가 최고지!" 브로마네스는 콧노래를 부르며 주변에 있는 도시를 향해 공간이동했다. 고블린을 잡겠답시고 땀을 뻘뻘 흘리며 개고생을 할 아르티어스를 생각하면 맥주는 한층 더 시원하고 맛있으리라. P.71~7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