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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12. 9. 21:36



올리브쇼 남성렬 쉐프의 대파라면을 따라 해봤다. 재료는 똑같고 마지막에 콩나물 대신 집에 있는 숙주를 넣었다. 신기하게도 라면인데 인스턴트 라면 특유의 맛이 안 난다. 위에 올린 대파하고 함께 먹으니 환상적인 맛이다. 스프에 고춧가루에 난 청양고추까지 썰어 넣었는데 기름에 볶아서 그런지 많이 맵지도 않았다. 다음번엔 기름을 조금 줄이고 끓이는 시간을 짧게 해서 끓여봐야겠다. 꼬들거리는 면이 좋은데 오늘은 오래 끓였더니 면이 좀 불었었다.

홈베이킹은 부자들의 취미였던가. 난 그저 조촐하게 상투 과자를 만들고자 했는데 도구와 재료를 담다보니 몇만 원이 훌쩍 넘어간다. 가스오븐레인지를 새로 사서 뭐라도 만들어볼까 했었는데 이게 뭔가요. 가스 오븐은 전기 오븐과는 달라서 굽기도 쉽지 않을 것 같고 그냥 군고구마나 구워 먹어야 하나보다. 만들면 조카 1호가 좋아하긴 할 텐데 고민이로다.

겨울이 되니 히터 때문에 괴롭다. 안 틀자니 춥고 틀자니 건조하고 머리가 아프다. 오전에 몇 시간 틀었다가 환기하고 오후엔 끄고 있는데 손도 시리고 다리도 시리다. 책상 밑에 두면 딱 좋을 미니 라디에이터도 있던데 그걸 사볼까도 싶고 아우 어쩜 12월 1일을 기점으로 날씨가 이리 추워지는지. 오라비가 K2에서 산 구스패딩을 어제 입어봤는데 이건 옷이 아니라 거의 이불 수준. 아웃도어 브랜드에서 파는 두툼한 구스패딩이 탐나는 요즘이다.

알라딘에 중고 책 팔기를 모두 완료했다. 총 193권을 판매했고 택배비 13,000원을 제외하고 466,200원을 받았다. 평균 권당 2,415원꼴이다. 팔아야 할 책이 판 것만큼 더 있는데 꺼내기가 어려운 곳에 있어서 이건 나중에 팔까 한다. 저렇게 팔았는데도 여전히 책장은 책으로 넘쳐나고 중고 책 팔아서 받은 돈보다 도서정가제 전에 산 책이 더 비싸서 오히려 적자다. 상태는 멀쩡하나 재고가 많아서 안 받아주는 책을 어찌 처리하냐가 문제인데 아름다운 가게에 기부하거나 국민도서관 책꽂이에 키핑을 해야겠다.

아무도 관심 두지 않던 미미여사의 에도 시대물을 발굴하여 출간하고 스테디셀러로 키워온 작은 출판사가 신작 계약을 하지 못했다고 한다. 이유인즉슨, 대형 출판사가 더 높은 액수를 불러 그쪽으로 판권이 팔린 것이다. 국내 대형 출판사들이 천정부지로 높여 놓은 선인세에 대한 이야기는 몇 번 들었지만 내가 좋아하는 책과 출판사가 그런 일을 당하게 되니 정말 속상하다. 자신들의 손으로 시대물 모든 작품을 펴내고 싶어 했던 출판사의 꿈도, 그 책들을 모두 모으고 싶어 했던 독자의 꿈도 깨졌다. 최소한의 도의도 지키지 않고 돈이 될만하니 돈으로 빼앗아간 출판사에도 화가 나고, 그들을 선택한 미미여사에게도 너무나 서운하다. 책이 나오면 어느 출판사인지 정확히 알게 될 테니 앞으로 그 출판사 책은 모두 불매다.

앞서 쓴 대형 출판사의 선인세 문제도 그렇고 요즘 우리나라는 기본적인 예의, 도덕, 개념은 사라지고 그저 돈과 성공을 외치는 천박함에 물들어 있는 것 같다. 다른 사람이 어찌 되든 내 이익만 챙기면 된다는 무개념들이 넘쳐나고, 별 차이도 없는 사람들끼리 계급을 나누어 차별하고 뭐하는 짓인지 모르겠다. 경제가 아무리 성장한들 사람들의 의식이 이 모양인 이상 이 나라에 발전이 있을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