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생각이 너무 많아>라는 제목에 이끌려 샀던 책이다. 나의 이 비생산적이고 쓸모없는 생각을 멈춰줄 방법이 있을까 싶어 읽기 시작했는데 앞부분을 조금 읽고 나니 책에서 말하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과 나는 전혀 다르다는 사실을 알았다. 나는 그저 온종일 쓸데없는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져서 스스로를 피곤하게 만드는 사람일 뿐이고, 책의 주인공인 그들은 남들보다 똑똑해서 오히려 고통받는 사람들이었다. 스스로를 대입하여 공감을 얻을 수는 없었지만, 인류의 15%~30%를 차지한다는 '정신적 과잉 활동인'에 대해 자세히 알 수 있어서 유익했다.

정신적 과잉 활동인은 주변의 모든 것에 민감하게 반응한다. 보통 사람들은 그냥 넘길만한 음식점의 냄새, 카페의 소음, 이해할 수 없는 상대방의 반응 등등 무엇하나 쉽게 그들을 놔주지 않는다. 또한, 그들의 뇌는 온종일 무의식적으로 주변의 정보를 수집한다. 내 경우엔 유독 청각이 예민해서 숙면을 취하기 어려운 것만으로도 삶의 질이 저하되는데, 온몸의 모든 감각이 24시간 깨어 있다 생각해보라. 정신적 과잉 활동인의 스트레스가 어느 정도일지 대충은 짐작이 갈 것이다.

그들은 또한 정의, 정직, 충직성, 우정, 사랑에 대한 가치에 절대적이고 구체적이며 높은 기준을 두고 있다. 이러한 가치를 보통 사람들과 공유하고자 하는 과정에서 상처를 입고 좌절에 빠지곤 한다. 그럼에도 그들은 타협하지 않으며 상처를 입은 만큼 외로워진다. 자신의 높은 기준을 공감해주지 못하는 사람들 때문에 그들은 대인관계에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심리 조종자'들은 그들의 이런 약점을 노리고 접근하여 앞으로는 이해하는척하면서 실상은 그들을 이용하는 것을 즐긴다. 남의 약점을 쥐고 흔들려 드는 사람과 비판에 약하고 죄의식을 느끼기 쉬운 사람의 만남이 결코 좋을리 없다. 심리 조종자가 나오는 부분을 흥미롭게 읽긴 했지만 남의 약점을 이용하다니 기생충보다 못한 것들이다.

저자는 그들에게 자신의 있는 모습 그대로를 받아들이는 것만이 근본적인 해결책이며 그에 대한 몇 가지 솔루션을 제시하고 있다. 보통 사람과 생각하는 것이 조금 다르고, 모든 감각이 예민하고, 남들과 다른 것이 괴로운 사람이라면 이 책을 읽어보길 권하고 싶다. 보통 사람에겐 '정신적 과잉 활동인'에 대한 정보를 얻는 걸로 끝나겠지만, 당사자들에겐 큰 도움이 될 것 같다. '다름'을 '틀림'으로 인식하고 멀쩡한 사람을 '유별난' 사람으로 만들어 버리는 인식 또한 달라져야 할 것이다.


IQ 검사가 문제가 되는 또 하나의 이유는, 이 검사 결과가 널리 인정받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결과에 일관성이 없다는 증거가 너무 많기 때문이다. 같은 사람이 IQ 검사를 여러 회 받아 보니 검사 결과들이 너무 큰 폭으로 벌어졌다. 그렇다면 지능은 고정된 것이 아니라는 뜻이다. 물론 지능이 고정된 것이 아니라면 반가운 얘기다. 다각적 사고는 자기만의 연상 작용으로 끊임없이 새로운 관념들을 떠올리면서 풍부해진다. 그렇다. 여러분은 IQ가 높게 나오든 낮게 나오든 충분히 똑똑한 사람들이다. 그래서 나는 대니얼 태멋(Daniel Tammet)의 의견에 전적으로 동의한다. "중요한 것은 뇌의 크기가 아니라 영혼의 도량이다." - P.1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