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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4. 8. 30. 15:40

<비긴 어게인> OST를 듣고 좋아서 오늘 조조로 영화도 보고 왔다. 분명 몇 주 전까지 상영 시간이 거의 없었는데 입소문이 퍼졌는지 시간이 많아졌더라. 영화를 보고 음악을 들으니 더 좋다. 길거리 녹음 장면들이 기억에 남는데 그중에서도 옥상 녹음이 제일 좋았다. 부녀의 기타 연주 훈훈해요. 둘이 같은 노래 들으면서 밤거리 돌아다니는 장면도 좋았고. 다른 배우들이야 본업이 연기니까 그렇다 쳐도 애덤 연기가 뜻밖에 자연스러워서 놀라웠다. 마룬5 뮤비에선 왜 그런 거죠? 무엇보다 엔딩이 좋았던 영화. 비록 옆에 앉은 아줌마가 계속 핸드폰을 보고 뒤에선 전화 통화를 해댔지만 (영화관에서 개매너 시전 할 거면 오지 말아라 좀!!! 집에서 쳐 보라고) 토요일 조조는 사랑입니다.

일요일 예능은 무조건 <런닝맨>을 보는데 지난주는 너~어~무 재미가 없어서 (명색이 런닝맨인데 알까기라니) 채널을 돌리다 연예인들 여군 체험하는 걸 봤다. 신체검사로 나온 그네들의 키와 몸무게를 보면서 다시 한 번 깨달은 점이 비율과 근육량, 그리고 뼈대에 따라 사람 몸은 천차만별로 달라 보인다는 거다. 비율만 좋으면 키가 작아도 커 보이고, 근육량이 많으면 몸무게가 많이 나가도 날씬해 보인다. 내가 볼 때 신체에서 가장 중요한 건 비율이다. 몸무게와 근육량은 노력으로 바뀔 수 있는 부분이지만 비율은 타고 나야 하는 거니까. 키와 몸무게가 이상적이어도 비율이 별로면 매우 슬퍼진다. 내가 그런 경우인데 옷으로라도 커버를 하려고 노력은 하지만 매일 신경 쓰는 건 어려운 일이다. 복잡한 세상 편하게 살자는 신종 명언을 떠올리며 마음을 편히 가져야겠다. 복세편살~ 복세편살!

요즘 <꽃보다 청춘>을 매주 챙겨보는데 보면 볼수록 유희열이 좋아진다. 어릴 땐 윤상을 참 좋아했는데 지금은 외모보단 사람 성격을 보게 돼서 그런지 유희열 쪽이 더 끌린다. 물론 이적도 좋다. 특히, 유희열의 우유부단함 따윈 찾아볼 수 없는 결단력과 추진력에 반했다. 우격다짐으로 무리하게 사람을 끌고 다니는 게 아니라 그때그때 상황에 따라 배려해가면서 움직이는 모습이 보기 좋았다. 한국에서 나고 자란 사람들 대부분은 자기 자신보단 타인의 눈을 신경 쓰며 커와서 자기주장을 딱 부러지게 표현하는 데에는 서툴고 그래서 우유부단해지기 쉽다. 여성일 경우엔 더욱더. 나부터도 내 문제에 대해선 똑 부러지지만, 타인 앞에선 우물쭈물 우유부단해질 때가 많고. 최고의 미남은 역시 멘탈 미남이지 싶다. 그리고 라마 인형 에르메스 진짜 탐난다. 인형 때문에 페루에 가고 싶을 지경 ㅠㅠ

머리카락이 많이 길어서 자르러 가야 하는데 미용실 가기가 왜 이리 싫은지. 못난 얼굴이 더 못나 보이는 미용실 거울도 싫고 머리 할 동안 그 어색한 시간이 싫다. 처음 보는 사람하고 대화를 계속 이어갈 만큼 말주변이 좋지도 않고. 그래도 머리 감고 말릴 때마다 번거로워서 조만간 가긴 가야 할 듯 싶다. 다시 단발로 자르고 숱이 없으니 펌으로 볼륨을 주면 좋을 텐데 펌 하면 또 시간이 걸릴 테고. 미용실 싫다 싫어.

조카가 여름에 사준 샌들을 신고 다니기에 운동화를 사주려고 매장을 몇 군데 가봤는데 역시나 비싸고, 마음에 드는 건 사이즈가 없다. 이해할 수 없는 게 왜 아이들 물건은 다 비싸지? 재료가 훨씬 적게 들어가는데 비싸. 옷도 신발도 먹는 것도 다 비싸다. 내 운동화를 7만 원에 샀는데 조카껀 오프에서 5만에서 7만 원 사이. 오프에서 사는 건 포기하고 인터넷으로 고르고 골라서 저렴하고 디자인 괜찮은 걸로 샀다. 어차피 한 철 신고 말 건데 비싸고 좋은 거 필요 없다. 아마도 아이한테는 돈을 아끼지 않는 부모의 심리를 이용한 상술인듯한데 정말 말도 안 된다고 생각한다. 뻥튀기도 정도껏 해야지요. 조카 2호 분유도 통관됐다고 하고 조카들껀 열심히 사다 나르는구나. 나도 나 같은 고모나 언니가 있었으면 좋겠다. 나이 드니까 아무도 뭘 사주지 않아 ㅠㅠ

몇 년 동안 부었던 보험 내용이 굉장히 안 좋다는 걸 알게 돼서 정말 아깝지만 미래를 생각해서 해지하고 다른 곳에 들기로 했다. 그동안은 보장 내용이나 세부 약관 같은 걸 제대로 안 보고 그냥 대충 가입하고 말았는데 그게 바로 호갱이가 되는 지름길이었다. 나같이 병원도 잘 안 가고 보험료만 꼬박꼬박 잘 내는 고객들 덕에 보험사들이 돈을 버는구나 싶고. 아는 사람이든 모르는 사람이든 100% 신뢰할 수는 없겠지만 그래도 그나마 나은 쪽으로 가는 게 현명한 선택일 거라 믿는다. 최선이 없다면 차선, 그마저도 없다면 차악. 최악만은 피하고 싶다.

독후감은 계속 밀려있는 상태다. 기억의 저편으로 사라지기 전에 써야 할 텐데. 아직 독후감 안 쓴 책들 잠깐 얘기해보자면. 오영욱 <깜삐돌리오 언덕에 앉아 그림을 그리다>는 스케치 그림이 가득한 여행에세이인데 그림이 멋지다는 생각만 들었다. 감탄 + 소름 + 재미를 한꺼번에 안겨 준 조지 오웰 <1984> 이 아저씨 참 마음에 든단 말이야. <카탈로니아의 찬가>도 읽어봐야지. 도진기 <유다의 별>은 그럭저럭 읽을만했으나 기대 이하. 미미여사의 에도시대물은 진리임을 다시금 깨닫게 해준 미야베 미유키의 <피리술사>. 공감할 수 없어서 아쉬웠던 무라카미 하루키 <더 스크랩>, 독특하고 기발하고 재미있었던 최제훈 <퀴르발 남작의 성>까지 여섯 권이나 밀렸구나. 그랬구나. 언젠간 다 쓰겠지. 복세편살~ 복세편살!

환절기라 그런가 목이 조금씩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