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집 소개, 요리 대결 등 음식 관련 영상을 보거나 책 읽는 걸 좋아한다. 매주 챙겨보는 TV 프로그램이 두 개가 있는데 '런닝맨'과 '한국인의 밥상'이다. 한식을 좋아해서 그런지 '한국인의 밥상'을 진행하는 최불암 아저씨가 그렇게 부러울 수가 없다. 온 나라를 돌아다니며 쉽게 접할 수 없는 산해진미를 먹는 것도 모자라 돈도 벌 수 있다니 정말 부러운 직업이다.

기름진 음식과 너무 단 음식만 제외하면 못 먹는 음식은 거의 없는데 생각해보면 못 먹는 음식은 거의 없지만 안 먹는 음식은 많다. 어릴 땐 내가 편식 따윈 안 하는 사람인 줄 알았는데 알고 보니 상당한 편식가였다. 남이 해준 음식을 까다롭게 타박하진 않지만 싫어하는 음식은 절대 먹지 않는 타입이다. 음식재료 중에선 과일, 채소와 해산물을 가장 좋아하는데 바로 그 해산물 요리가 꽉 차게 들어찬 책이다.

울릉도, 부산, 거제, 완도, 통영, 흑산도, 제주도 등 우리나라 섬과 바닷가 음식을 사진과 함께 소개하고 저자가 좋아하는 술 이야기도 한 페이지씩 할애하여 들려준다. 각 지역 식당의 대표 음식 중에서 특별히 눈길이 갔던 음식을 꼽아 보자면 부산 해운대 금수복국의 복지리, 통영 멸치마을식당의 멸치 풀코스 요리, 제주 대우정의 오분자기돌솥밥인데 사진과 설명만으로도 입에 침이 고인다. 뒤편에 식당 전경 사진과 상호, 메뉴, 주소, 전화번호까지 보기 좋게 정리해놔서 마음만 먹으면 언제든 찾아가서 맛 보는 일도 가능하다. 

술에는 전혀 흥미가 없어서 그 부분만 건너뛰고 쓱쓱 눈으로 맛보아가며 읽었다. 보기 좋은 것과 맛있는 것은 그 존재만으로도 사람을 행복하게 만든다. 게으름이 심해서 직접 발품 팔아 맛집 탐방을 다니진 못하지만, 간접경험만으로도 충분히 즐겁다. 바다내음 가득한 음식을 좋아한다면 한 번쯤 훑어봐도 좋을 책이다.


음식은 문화다. 나는 여행을 하면서 각 지방의 향토 음식뿐만 아니라 그 지방의 문화와 풍습 그리고 그동안 내가 잊어버리거나 몰랐던 역사의 발자취를 경험했다. 흑산도에서 정약전의 <자산어보>를 만났고 강릉초당에선 허균의 <도문대작>의 발자취를 느꼈다. 나 역시 단순히 맛있는 음식을 찾아다녔다기보다는 각 지방의 독특하고 다양한 한국의 음식 문화에 매료되어 여기까지 달려온 것 같다. - P.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