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 편지 - 윤석미

2014. 7. 16. 21:42



우리의 '삶'에 대해 짧게 짧게 써내려 간 글을 모은 잡문집인데 복잡한 소설을 읽다가 잠시 쉬어갈 겸 고른 책이다. 나에겐 독서 자체가 휴식이긴 하지만 모든 책이 편안한 휴식이 되어주진 않는 법이니 중간중간 쉼표를 찍어줄 필요가 있다. 예쁜 사진을 기본 배경으로 깔고 뻔한 이야기를 나름 감각적인 글귀로 포장해 보기 좋게 편집해서 내놓은 책들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다. 보기엔 예쁘지만, 그 안에 진짜 알맹이는 없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그 자체가 '허세'로 느껴진다. 그래도 이 책은 뻔하긴 하지만 허세가 느껴지진 않아서 끝까지 읽을 수 있었다.

인생은 첫 출발점부터 불공평하다. 그러므로 이 불공평이란 놈에게 초점을 맞추어 살면 평생 행복해질 수 없다. 행복은 나에게 주어진 것과 내가 노력해서 얻은 것에 얼마나 만족하고 감사하며 사느냐에 달렸는데 문제는 좀처럼 가진 것에 만족하지 못한다는 점에 있다. 요즘엔 이런 책에 있는 좋은 글귀를 읽어도 '그래서 뭐 어쩌라고?' 이런 생각만 들고 못된 사람들이 떵떵거리며 잘 사는 걸 보면 바르고 착하게 베풀며 살아야 할 필요성도 못 느끼겠다. 누릴 기회조차 주지 않으면서 젊은 세대에게 도전 정신, 열정, 청춘 어쩌고 하는 것도 웃기다. 그렇게 열정이 넘치고 도전하는 게 좋으면 그런 말을 하는 당신들이 하시면 좋을 텐데요. "꿈은 없고요. 그냥 놀고 싶습니다." 라고 했던 어느 개그맨의 말이 심금을 울릴 뿐이다.

취향이 아닌 책이긴 했지만 어째 리뷰가 좀 이상하다.


진정으로 아끼는 것이 있을 때는 아낌없이 쓰는 것이 최선입니다. 그래야 빛이 납니다. - P.161

평범한 사람은 하루에 6만 가지 생각을 하는데 그중 95%가 무슨 생각인가 하면! 바로 '어제 했던 것과 똑같은 생각'이라고 합니다. 그러니 지금 내가 정말 부질없는 생각만 하고 있는 것, 맞습니다. - P.1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