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리브 키터리지 라는 중년 여성을 중심으로 그녀의 주변인들이 각 단편의 주인공이 되어 하나씩 이야기를 펼쳐놓는다. 평범한 사람들의 평범한 삶에 대해 이야기하고 있는 소설인데 나는 평범하게 읽을 수가 없었다. 왜냐면 차라리 벼룩시장 구인란을 읽는 게 나을 정도로 지루했으니까. 올리브의 남편 헨리가 주인공으로 등장한 첫 번째 단편 '약국'은 느낌이 좋아서 어느 정도 기대를 안고 나머지 단편도 읽어나갔는데 기대는 보란 듯이 무너졌다. 주인공 올리브 키터리지에게 끝까지 매력을 느끼지 못한 것도 이 책이 별로였던 이유 중의 하나다.

'남들은 다 좋다는데 나는 별로인 책' 리스트에 새롭게 추가될 책이다. 과거 독서 이력을 살펴볼 때 유독 퓰리처상 수상작들이 별로인 경우가 많았는데 공교롭게도 이 책 또한 퓰리처상 수상작이다. 오래전 <앵무새 죽이기>부터 시작된 퓰리처상의 악몽은 <올리브 키터리지>로 이어진다. 물론 최근에 읽은 <대지>처럼 가뭄에 콩 나듯 괜찮은 작품도 있지만, 대부분이 별로였다. 난 도전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안 되는 건 적당한 지점에서 포기하는 것 또한 중요하다고 믿는 사람이니까 이쯤에서 퓰리처상 수상작들은 내 독서 리스트에서 추방하고자 한다. 무라카미 하루키 소설처럼 미련이 남아 몇 번 더 도전할지도 모르지만, 결과가 크게 달라질 것 같진 않다.


아프리카제비꽃 옆에 데니즈에게서 온 카드가 있다. "어제 왔어." 올리브가 말한다. "내가 잊어버렸네." 헨리가 털썩 주저앉아 펜으로 봉투를 뜯고 안경을 찾아 쓴 다음 카드를 바라본다. 평소보다 소식이 길다. 여름 끝 무렵에 크게 놀란 일이 있었다고 써 있다. 심막삼출이라고 했는데 알고 보니 아무것도 아니었다고. "그 일이 저를 많이 변하게 했어요." 데니즈가 썼다. "경험이란 그런 거죠. 삶의 우선순위가 한꺼번에 정리되고, 그후론 제 가족에게 깊이 고마워하는 마음으로 매일을 살고 있어요. 가족과 친구보다 더 중요한건 없으니까요." 그녀는 단정하고 작은 글씨체로 그렇게 썼다. "그리고 제겐 둘 다 있으니 얼마나 축복이예요." 그리고 카드의 끝을 처음으로 이렇게 맺었다. "사랑을 담아." - P.5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