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사냥> 이후 거의 2년 만에 읽는 텐도 아라타의 소설은 여전히 묵직하고 인간에 대해, 삶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만든다. 이 소설은 압도적인 차로 140회 나오키상을 받았다는데 다 읽고 나니 뭔가 상을 받을만한 소설이지 싶다. 개인적인 생각이지만 텐도 아라타 소설은 전체적으로 심사의원들이 좋아할 만한, 상 받기 좋은 타입이랄까? 그런 느낌이 든다. 

세간에선 '애도하는 사람'으로 불리는 시즈토는 전국을 떠돌아다니며 죽은 사람들을 자신만의 방식으로 애도한다. '애도'의 사전적인 의미는 사람의 죽음을 슬퍼하는 것이지만 시즈토의 '애도'는 죽은 사람을 다른 사람과는 다른 유일한 존재로서 마음에 새기는 일이다. 시즈토의 애도에는 차별이 없다. 죽은 사람이 생전에 어떤 사람이었든 어떤 방식으로 죽었든 똑같이 애도하고 마음에 새긴다. 그의 이런 애도를 기행으로 여기며 곱지 못한 시선으로 보는 사람도 많다. 그의 행동이 타인에게 물리적인 피해를 주는 것은 아니지만, 생리적인 거부감을 일으킬 수는 있기 때문에 일부의 좋지 못한 시선은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그의 애도에 위로받고 치유 받는 사람 또한 분명 존재한다.

죽은 사람을 평등하게 기억하고 애도하려고 했던 시즈토. 그의 애도를 다른 시각에서 보자면 사람은 살아서는 물론 죽어서도 평등하지 못하다는 의미가 된다. 호랑이는 죽어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 이름을 남긴다지만 그 이름조차 기억되지 못하는 숱한 죽음들 앞에서 시즈토의 애도는 조금이나마 위로가 됐을 것이다. 우리는, 인간은, 나약하기에 비록 죽어서라도 나를 위로하고 애도해줄 시즈토가 필요하다.

텐도 아라타는 미야베 미유키, 마쓰모토 세이초와 함께 믿고 보는 일본 작가이다. 얼마 전에 <가족사냥>이 3분기 드라마로 만들어진다는 소식을 들었는데 <애도하는 사람>도 영화로 만들어진다고 한다. 텐도 아라타를 알게 해 준 것이 드라마 <영원의 아이> 였는데 새로 만들어질 두 작품은 어떨지 궁금해진다. 원작에 버금가는 수작으로 손꼽히는 <영원의 아이> 드라마만큼은 아니더라도 볼만한 작품이 만들어졌으면 싶다.


당신이 태어난 이유를 이제야 알 것 같다. 당신이 '애도하는 사람'이 된 데는 가족과 환경, 인생의 상처 등 여러 이유가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뿐만은 아니다. 당신도 분명 모른다. 그렇게 보였다. 당신을 '애도하는 사람'으로 만든 것은 이 세상에 넘쳐나는 죽은 이를 잊어가는 것에 대한 죄책감이다. 사랑하는 이의 죽음이 차별당하거나 잊혀가는 것에 대한 분노다. 그리고 언젠가는 자신도 별 볼일 없는 사망자로 취급당하지 않을까 하는 두려움이다. 세상에 만연한 이런 부담감이 쌓여서, 그리고 그것이 차고 넘쳐서 어떤 이를, 즉 당신을 '애도하는 사람'으로 만들었단. 그러나…… 당신뿐만이 아닐지도 모른다. 이 세상 어딘가에는 당신 말고도 '애도하는 사람'이 태어나 여행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생판 모르는 사람이라도 어떤 이유로 죽었건 차별하지 않고, 사랑과 감사에 관한 추억에 따라 가슴에 새기고, 그 인물이 살아 있었음을 오래도록 기억하고자 하는 사람이 태어났을지도 모른다. 사람들이 그걸 원하니까…… - P.431~4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