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이 모이는 곳이라면 어디든 어김없이 지켜지는 '또라이 질량 보존의 법칙'. 분명한 상하관계가 존재하고 싫어도 계속 부딪힐 수밖에 없는 회사에서 마음에 맞지 않는 사람을 만나는 건 정말 괴로운 일이다. 수짱이 점장으로 있는 카페에도 무카이라는 이상한 사람이 있다. 직원 험담은 물론, 사장 친인척이란 이유로 마치 자기가 점장인냥 행동하고 말 또한 얄밉게 한다. 매일매일 자신과 맞지 않는 사람 때문에 지치는 수짱은 무카이의 좋은 점을 찾아보는 등 나름 긍정적인 자세로 노력해보지만 결국 노력으로 해결되는 일이 아님을 깨닫고 카페를 그만두기로 마음 먹는데 나 또한 예전에 겪었던 일이라서 수짱의 결정에 응원을 보내주고 싶어졌다.

난 휴학기간까지 포함하면 직장 생활 11년 차인데 그 중 3년 동안 네 군데의 회사에서 다양한 또라이들을 접했다. 가족회사는 모든 것이 '족'같아진다는 만고의 진리를 깨닫기도 했고, 직원이 자주 바뀌는 회사는 뭔가 문제가 있는 거라는 사실도 알았고, 모든 업무 중에 사람을 상대하는 업무가 (전화든 뭐든 간에) 가장 더럽고 스트레스받는다는 것도 깨달았다. 지금 회사는 인간관계로 인한 스트레스가 없어서 8년을 채우고 있는데 이 회사에 입사하기 전까지가 정말 힘들었다. 내 경험을 봐도 그렇고 주변을 봐도 책 속 수짱을 봐도 일이 힘든 건 참을 수 있어도 사람 때문에 힘든 건 도저히 참을 수가 없다. 상대방이 떠나지 않는다면 내가 떠나는 것밖에는 해결 방법이 없다.

또 하나의 이야기 축인 수짱의 사촌 아카네의 사연도 공감할 수밖에 없었다. 아카네 역시 직장 동료 때문에 괴롭기도 하지만 결혼 때문에 받는 스트레스가 더 중점적으로 그려진다. 여동생이 먼저 결혼 날짜를 잡은 이후론 집에선 매일 같이 결혼을 닦달하고 본인도 결혼하고 직장을 그만두고 싶지만 그럴 마음이 없어 보이는 남자친구 때문에 초조해진다. 게다가 이 남자 가만 보니 사소한 부분에서 거슬리는 것들이 많다. 점원에게 하대하는 모습은 남녀노소 상관없이 좋게 보이지 않는데 아카네의 남자친구가 그런 사람이다. 이런 부분은 결혼을 결정하는 데 있어 사소한 문제일 수도 있겠지만, 일상생활에서 보이는 저런 작고 사소한 행동들이 그 사람의 본모습인 경우가 많아서 무시하고 넘길 수만도 없는 문제이다. 일과 결혼 사이에서 갈등하는 아카네의 모습은 실제 30대 독신 여성의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서 공감이되면서도 덩달아 답답해지는 마음을 감출 수 없었다.

이 책은 '마스다 미리 여자 만화 시리즈' 중의 하나인데 번역본보다 원서가 더 저렴하고 문고본이 좋아서 원서로 사서 읽었다. 난 일어를 팬질로 배워서 청해 빼고는 잘 하는 게 없다. 일어는 한국어와 어순이 같고 비슷한 단어도 많아서 그냥 계속 보고 듣는 것만으로도 귀가 뚫린다. 처음부터 내 목표는 영상 보고 내용 알아듣기였고 목표를 이루었으니 딱히 다른 공부를 할 필요성을 느끼지 못하겠다. 한문 때문에 독해에 약하지만 한쪽에 여덟 컷, 대사도 길거나 어렵지 않아서 큰 어려움 없이 읽을 수 있었다. 같이 산 다른 책 하나는 만화와 글이 번갈아 가면서 있던데 이건 읽는 데 시간이 좀 걸릴 것 같다.


이것은 무척이나 사소한 일입니다. 하지만 사소한 것도 계속 쌓이다 보면 묵직해집니다. - P.2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