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이 느리지만, 순리대로 이어지는 '자연' 앞에서 사람의 '욕심'은 얼마나 보잘것없는 것이던가. 무성한 숲은 사람의 욕심에 의해 베어져 모두 사라졌고 황량한 벌판만 남은 마을에 더이상 사람은 살지 않는다. 늙은 양치기는 나무가 없어 죽어가는 땅을 살리고자 40년 동안 묵묵히 홀로 나무를 심는다. 누가 시켜서도 아니고 무엇을 바라서도 아니고 그저 나무를 심어 땅이 살아나고 숲이 살아났으면 하는 마음으로 매일같이 상처 없는 도토리를 고르고 말없이 그것을 심는다. 40년 후 황량한 벌판은 다시 우거진 숲으로 되살아났고 그곳을 떠났던 동물과 사람도 하나둘씩 돌아오게 된다. 늙은 양치기의 변함없는 노력이 일구어낸 느리지만 확실한 자연의 보답이었다.

이 책이 전하는 메시지는 단순하다. 꾸준한 실천과 노력의 중요성, 자연은 정복의 대상이 아닌 공존의 대상이라는 것 정도다. 하지만 이런 단순하고 기본적인 삶의 진리들을 몸소 실천하는 것은 매우 어렵다. 내가 옳다고 생각하는 것과 내가 하고 싶은 것을 실천으로 옮기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소위 성공한 인생이라고 불리는 삶을 사는 사람 중엔 남다른 실천력으로 그 자리까지 오른 경우가 많은데 이는 타고난 재능과 환경도 중요하지만 본인의 꾸준한 노력 없이 되는 일은 없다는 걸 보여준다. 쉽게 얻은 것은 쉽게 잃는 것처럼 성공의 여부만큼이나 그것을 이루기까지의 과정 또한 중요하단 생각이 들었던 이야기였다. 물론 난 쉽게 얻어진다면 얼씨구나 하면서 덥석 물어버릴 테지만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선 무언가를 쉽게 얻는 것도 능력이 수반되어야 가능한 일이니 난 오늘도 지구 한 귀퉁이에서 조용히 삶을 살아갈 뿐이다.

생명을 가진 것 중 가장 두려워해야 할 대상은 침묵하는 것들이다. 자연의 '침묵'을 건드리지 말자.


주인공 부피에는 자신의 체험을 통해 어떤 '작은 사람'도 영웅적인 인간의 크기로 드높여질 수 있다는 것을 깨우쳐준다. 그리고 참으로 세상을 변화시키고, 이 세계를 아름답게 바꾸어 놓는 것은 권력이나 부나 인기를 누리는 사람이 아니라 남을 위해 일하는 사람이라는 것을 깨우쳐 주고 있다. 침묵 속에서 서두르지 않고 속도를 숭배하지 않고 자기를 희생하며 일하는 아름다운 혼을 가진 사람들이며, 굽힘 없이 선하고 살고 선한 일을 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깨우쳐 준다. - P.75~7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