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신승훈 SHOW : GREAT WAVE | 2013.11.09 PM 06:00 | 올림픽공원 체조경기장



지난 9일 올림픽 체조경기장에서 열렸던 <THE SHIN SEUNG HUN SHOW : GREAT WAVE> 신승훈의 23년 묵은 팬인 나는 이번에도 의리를 지키기 위해 콘서트에 참가했다. 공연을 자주 볼수록 점점 설렘이나 기대감은 적어지기 마련인데 막상 또 보고 나면 역시 신승훈이라는 생각이 들곤 한다. 원래도 완성도 높은 공연을 보여주기로 유명하지만, 매번 새로운 느낌을 준다는 게 쉽지 않을 텐데 구석구석 고민하고 신경 쓴 흔적이 보여서 이번에도 만족스러운 공연이었다.

대부분 그렇겠지만 올림픽공원 쪽의 공연장은 좋아하지 않는다. 지리적으로 멀어서 불편한 것도 있지만 본래 공연장 목적으로 지어진 건물이 아니기에 음향이 안 좋아서 더 별로다. 하지만 이번 공연에선 음향이 정말 좋았다. 체조, 역도, 핸드볼, 테니스 올림픽공원에 있는 거의 모든 경기장에서 공연을 봤었는데 음향은 이번 공연이 최고였다. 본인 출연료 반납하고 공연에 투자했다고 하더니 역시 투자한 만큼 눈과 귀가 즐거웠다. 그리고 지난번에도 감탄했던 조명 또한 업그레이드 돼서 한층 화려하고 멋있는 무대를 만드는데 일조했다. 노래와 노래 사이를 잇는 영상들도 재치있어서 즐거웠고 게스트 없기로 유명한 그의 공연에서 콜라보를 함께한 후배 가수들을 볼 수 있었던 것도 새로웠다.

공연 전에 가장 듣고 싶고 기대했던 노래는 'Sorry'였는데 엉뚱하게도 '보이지 않는 사랑'에 가장 감동받았다. 대중에게 가장 잘 알려진 곡이지만 팬인 나는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 노래인데 라이브의 힘인지 이번 공연에서 가장 기억에 남는 곡이 됐다. 녹음할 땐 가장 노멀하게 부르지만, 라이브에선 편곡도 달라지고 부르는 창법도 조금씩 달라지니 신승훈이란 가수는 음원과 라이브의 차이가 엄청나다. 팬심으로 조금 과장해서 라이브가 100배쯤 더 좋다. 그러니 계속 공연장을 찾을 수밖에 없는 노릇이다. 그리고 이번 앨범에서 가장 별로라고 생각했던 'Love Witch'는 예상대로 라이브에선 엄청나게 신 나고 즐거웠다. 그래서 이젠 음원으로 들으면서도 매우 흥겨워하고 있다. 사람 마음이란 게 이렇듯 간사하다.

차가운 날씨만큼 블로그도 휑하니 외로운 느낌이다. 독후감도 올리고 해야 하는데 지금 네 권 밀려있는데 이러다 내용 다 잊어버릴 것 같다. 이번 주말엔 독후감도 쓰고 책도 읽고 해야겠다. 그나저나 날씨 변화가 너무 극단적인 거 아닌가 싶다. 서서히 추워지는 게 아니라 갑자기 이렇게 추워지니 더 추위를 타는 느낌이다. 짜릿한 정전기와 뺨을 후려치는 추위에 맞서야 하는 겨울이 돌아왔다. 매년 돌아오지만, 전혀 반갑지 않은 겨울이다.